금태섭·정춘숙 “가정폭력 사건엔 민사·형사기관 협업해야”
금태섭·정춘숙 “가정폭력 사건엔 민사·형사기관 협업해야”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8.14 11:44
  • 수정 2017-08-18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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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금태섭·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목소리로 “가정폭력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금태섭·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목소리로 “가정폭력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금태섭·정춘숙 민주당 의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공통분모,

검사·여성단체 출신 시너지

미국, 94년 ‘여성폭력에 관한 법률’ 제정

한국은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준비

가정폭력처벌특례법 개정도 필요

미국 판사, 성관계 동영상 유포자에게

‘전부 삭제하라’ 판결 인상적


민사-형사 기관 협업 통해

가정폭력 신속·종합적 대응

“가정폭력은 가중처벌” 한 목소리

 

여성을 각종 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의 제·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이다. 또 올해는 1997년 제정돼 20년이 지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 처벌 특례법)’의 전면적인 개정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스토킹과 데이트폭력 등 오랜 과제부터 디지털성폭력과 몰래카메라 등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문제까지 산적해있다.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인 검사 출신의 금태섭 의원과 가정폭력 전문 시민단체 출신의 정춘숙 의원, 여성신문이 함께 여성 폭력에 관한 입법 문제를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두 의원은 사법정책연구원 소속 김윤정 판사와 법무부 검찰국 소속 신희영 검사, (사)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와 함께 지난 7월 15~24일 미국의 초청으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시민단체 등을 방문해 가정폭력에 관한 미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에서 입법에 어떤 점을 반영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는 9일 정춘숙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금태섭·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5~24일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시민단체 등을 방문해 가정폭력에 관한 미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정춘숙 의원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금태섭·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5~24일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시민단체 등을 방문해 가정폭력에 관한 미국의 현황을 파악하고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정춘숙 의원실

인터뷰에 앞서 정 의원은 미국측의 요청으로 방문단을 구성하면서 금 의원을 택한 이유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겸임하고 있어 앞으로 법안 처리 과정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성 폭력 문제는 인권 감수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루기 쉽지 않은데, 금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문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이고 제가 산만하게 얘기해도 법률적으로 정리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금 의원은 “정 의원이 전문가”라며 마주보고 웃었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가정폭력을 주제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춘숙(이하 정): “주한 미국대사관이 한국 내 가정폭력 실태를 심각하게 여겨 본국에 제안했다. 가정폭력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인식이 다르다. 미국은 총기 사용이 가능하다보니 가정폭력을 더욱 심각하게 취급하고 있다.”

금태섭(이하 금): “(총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가정에선 여성이 7초에 1명 꼴로 구타당한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원하는 여성의 30%가 학대 증상으로 인한 것이고 여성 살해 피해자들의 42%가 학대로 인해 살해됐다고 한다. 미국은 가정폭력을 테러 수준으로 대응하고 출동하도록 매뉴얼에 나와 있다. 여전히 쟁점은 많지만 한국의 법적 개선 방안에 주목했다.”

-미국과 한국의 가정폭력 실태를 비교한다면.

정: “미국이나 한국이나 피해는 심각하지만 미국은 몇 명이 다치고 죽는지 집계라도 할 수 있는데, 우리 정부엔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체가 없다. 그러니 문제 파악도, 대응하기도 어렵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에서 다 일일이 집계해 1년에 100명 이상, 그러니까 3일에 한 명씩 살해당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게 전부다. 가정폭력 사건 중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되는 건 그나마 잡히지만, 형사사건으로 넘어갈 경우 그 이후로는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다. 통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축해야 한다. 통계청을 통해서도 일반통계로 잡을 수 있고, 범죄통계, 사법연감 등에도 반영해야 한다.”

금: “사건 발생 맨 첫 단계에서, 경찰이 출동하면 작성하는 표가 있다. 폭력, 살인 등 유형을 분류하는 건데, 가정 내 폭력, 젠더폭력 항목부터 추가해야 한다. 그렇게 분류된 게 가령 1000명이고 그 중 훈방조치가 500명이면, 나머지 500명 중 보호사건으로 처리된 사람, 형사사건으로 넘어간 사람이 몇 명인지, 그들이 어떻게 처분 받았는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사, 형사 협업이 기본

미국은 1994년도에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법률(Violence Against Women Act·VAWA)’라는 기본법을 만들어 여러 차례 부분 개정을 했고 2013년엔 전면 개정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올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발의한 상태다.

-정부가 젠더폭력방지법 추진 시 미국의 여성 폭력 기본법에서 어떤 점을 참고하면 좋을까.

금: “미국도 가정폭력이 발생할 때 형사문제로 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민사문제로 보호조치를 하는 게 맞는지 많이 갈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젠 협업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젠더폭력방지법 제정에서 생각해야 할 게 민사기관과 형사기관이 협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애초에 칼로 자르듯 담당을 구분하기 어렵다. 민사법정에서 가정보호사건으로 절차를 밟다가도 가해자가 만약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접근하면 즉시 형사처분해야 한다. 각 기관이 정보 공유가 되고 신속하게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정: “현행 가정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상으로는 보호처분을 어기면 형사처분 하게끔 시스템이 돼있는데 집행도 잘 안 된다. 미국에서 인상적인 점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처분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형사처분을 해도 피해자 보호명령을 같이 한다. 또 미국은 가정폭력 담당 재판부가 이혼재판도 같이 한다. 반면 우리는 이 재판 따로, 저 재판 따로 제각각이어서 피해자는 또 다시 큰 고통을 겪는다.”

금: “위싱턴 DC 남서쪽의 빈민가 지역에서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하는데 법원이 출장소를 둬서 당일 안으로 처리된다. 반면 우리는 보호조치를 어겨도 피해자가 신고하면 언제 될지 모르니 가해자는 큰 부담이 없다. 이걸 어기고 피해자를 다시 괴롭혔다가는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는 거다.”



 

-가정폭력 사건이 일반 사건과 달리 다뤄져야 할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금: “일반 사건은 경찰이 다 할 수 있지만 가정폭력은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일반 사건은 훈방 조치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자 집으로 헤어지는데, 이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한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일반 폭력은 처음 보는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정폭력은 잘 아는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법에 호소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도 있다. 또 아이가 있으면 민사로 해결해야 할 양육권 문제도 있다. 이 상황에서도 아이 때문에 만날 수밖에 없으니 민사적 보호조치가 필요하고, 가해자가 이를 위반하면 형사 문제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 금 의원 말씀이 마치 교과서 내용처럼 스탠다드다. 특히 가정폭력이 지속되고 반복되는데다 외부로 드러난 상황은 이미 오래 진행되고 피해 수준도 높다. 가중처벌도 필요하다. 

금: 가중처벌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남편이 좀 때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인식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의문이고. 최근까지도 많이 그랬지 않나. 뿌리 깊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경각심을 위해 필요하다.

-미국도 디지털성폭력 문제가 심각할 것 같다. 또 데이트폭력, 스토킹 대책은?

금: “미국은 판사가 갖는 양형 재량이 커 이런 판결도 한다. 개인의 성적 동영상을 퍼뜨린 가해자에게 벌을 주기를 그 동영상을 다 찾아서 지우라는 거다. 그걸 못 지키면 판사가 다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운다. 일정에 동행했던 판사가 ‘이게 진짜 벌’이라면서 좋아했다.”

정: “가정폭력 방지 관련법에 데이트폭력, 스토킹법 다 포함돼 있더라. 그게 왜 가정폭력이냐고 물어봤더니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으로 포괄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다 따로 돼있어서 이번에 젠더폭력방지기본법으로 포괄해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국회에서 스토킹 방지 관련 법안은 1999년부터 8차례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금: “결국 인식의 문제다. 스토킹과 구애는 완전히 다른데도 이를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벌하느냐’고 여긴다. 심각성을 모른다. 또 피해자의 문제로 여기기도 한다. 검사 시절 남성인 선배 검사가 근무지를 옮겨 다닐 때마다 한 여성이 따라다니며 스토킹했다. 피해 당사자는 끔찍해하는데, 주변에서는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식으로 농담하곤 했다. ‘네가 잘 못한 게 있다’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을 만들 때 각 기관들의 협업이 실현가능할까.

정: “우리도 새로운 법을 만들 때 기존의 법률을 만드는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여성 폭력 발생 현실에 맞춰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할 순 없을까 하는게 입법자로서 늘 하게 되는 고민이다.”

금: “아주 맞는 말씀이다. 법원, 검찰, 관할 누가 해야 하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잘 안 된다. 대통령이 정말 페미니스트 대통령이고 가정폭력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관행이나 현재 제도를 넘어서고 일반적 사건과 다르게 바라보고 협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 기관만의 의지로는 안 된다. 법무부, 법원이 관할 문제를 따지면 부지하세월이니까. 그 과정에서 현장의 전문가들, 여성가족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법무부는 결국 법 기술자다. ‘스토킹처벌법제정위원회’도 추진한다고 하는데, 형식적인 위원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금태섭·정춘숙 의원은 미국 방문 프로그램 일정을 국회 일정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한 7월 말경으로 잡고 지난 5월부터 준비한 미국 일정을 예정대로 수행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국에선 임시국회 본회의가 개최됐고, 이때 민주당의 불참 의원 26명 명단에 포함돼 비판을 받았다. 두 의원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이번 출장의 성과로 좋은 법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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