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웃음, 다르지 않네”

“여성 연예인의 소극적 역할분담, 출연료 차등지급 등 방송계에도 남녀차별이 여전하다”는 그는 여성계 행사에 두말없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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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스트로스의 말대로라면 우린 눈물을 통해 웃음의 의미를 안다. 굳이 레비 스트로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눈물을 모르고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줄 수 없음’은 그간의 걸출한 희극인들이 해온 얘기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색깔로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 개그 아줌마’김미화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어린 시절을 지나 따뜻한 웃음을 19년째 전하고 있는 그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어느덧 그 박수는 그가 전하는 웃음 뿐 아니라 개그 아줌마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에 보내는 아낌없는 격려가 되었다.

그가 얼마 전 대학에 들어갔다.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겠다고 나선 것. 책이 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나타난 그는 “아는 게 없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너스레 섞인 푸념을 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공부와 거리가 멀지 않다. 그는 요즘 일주일 내내 학교에 나가 공부한다.

“훗날 웃음이 있는 재단이나 복지관을 만들고 싶은”그는 이미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일에 나서 왔다. 현재 그는 여성기금 홍보대사, 유니세프 연예인 특별위원, 불우노인과 어린이를 연결시켜주는 사랑의 삼각끈 본부장이며 효 박물관은 건립을 위한 위원이기도 하다. “공짜 연예인으로 찍혔다”는 우스개 소리를 보태는 그는 자신의 도움을 바라는 곳에 다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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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에도 남녀 차별이 있다”는 그는 제한받는 여성 연예인의 역할, 출연료의 차등 지급 등 여전히 남아있는 남녀간 차별에 대해서는 부딪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서 풀어나간다고. 여성계 행사에 두말없이 나서주는 건 그런 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순수 코미디가 침체되어가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여성 개그맨으로 자리하기까지 그 스스로 치열한 공부가 필요했다. 수많은 연극, 영화 등을 보았고 새로운 형식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물론 그 공부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새로운 형식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개그 콘서트>는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만들었던 프로다. 개그맨이자 프로듀서였던 셈. “편하려고 마음 먹자면 주어진 대본대로 하면 된다”는 그가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이런 방식으로 일했던 건 코미디 발전에 대해 중견 개그맨으로서 갖는 나름의 사명감 같은 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프로다. 오는 4월 개편에 맞춰 <개그 콘서트>에 다시 합류할 예정이라고.

그가 글을 맛있게 쓴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 “솔직하게 쓸 뿐”이라고 그 비결을 말하는 그는 책도 많이 읽는다. 최근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인상깊게 읽었다는 그는 “그 나이에 그런 작품을 쓴다는 것이 놀랍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생각지 못한 대답으로 인터뷰 내내 웃음을 터뜨리게 했던 그는 힘든 일은 어떻게 이기느냐는 질문에 “못이겨요”라고 말로 유쾌함을 전한다. “우는 걸로 푼다”는 그에게 한동안 눈물이 친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힘들게 하는 주변사람들도 이내 그의 친구가 되었을 거라는 점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사람을 정말 ‘성심성의껏’대한다.

“요즘 한국의 아줌마들이 당당해지고 스스로 일어나려고 하는 점이 보기 좋다”는 그는 건강한 아줌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뒤늦은 나이에도 공부할 용기를 가진 당당한 아줌마 김미화가 외친다. “이 땅의 아줌마들이여. 즐겁게 살자”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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