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무관용적인

학교 내 문화 형성과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회원들이 서울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들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회원들이 서울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들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기가 막힌다. 벌써 세 번째인가? 고교 교사가 제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는 소식 말이다. 하지만 대학 교원 성폭력 사건들이 드러났던 전례를 생각해 보건대 초·중·고교 교원의 성폭력 사건 뉴스도 지금까지 드러난 세 건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이번 사례들을 기화로 여전히 숨어 있는 초·중·고교 교원 성폭력을 철저하게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적지 않은 사회현상들에 있어서 법이 현실의 필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학생에게 발생하는 초·중·고교 교원 성폭력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법이 성글게 만들어져 있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교육공무원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행위 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되었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은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미 교육공무원이 된 사람이 위와 같은 행위로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되었을 경우에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여 교단으로부터 축출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립학교 교원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립학교법에 따라서 위와 동일한 규정이 준용되어 마찬가지로 교원의 지위를 박탈당한다.

법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성폭력범죄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그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때에 교원 임용 결격사유 및 당연퇴직 사유로 삼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 등의 경우에는 형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일단 유죄로 인정되기만 하면 교단에서 내쫓아 버린다는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집행유예이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유죄가 인정되면 바로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우리 법이 교원의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 등을 얼마나 무거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성희롱, 다시 말해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는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의 성희롱은 현재 형사범죄로 규율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의 경우는 다르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라목에서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죄, 즉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까지 포함하는 성적 학대행위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에 포함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가 법에 따른 성범죄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희롱은 성폭력범죄보다 더 넓은 범위의 문제양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란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로서의 성희롱 등을 뜻한다.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이에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따라서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의 전형적 성폭력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성희롱 피해로 인정될 수 있다면 학생들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대하고 심각한 성적 언동이지만 일반적 강제추행 등의 범죄로는 다루어지기 어려운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규율의 공백을 남겨두지 않을 수 있어, 학생들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우리 법은 이처럼 상당히 강력한 규정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법이 미비해서 학생에게 피해를 유발한 성범죄 교원을 교육 현장으로부터 퇴출시키지 못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초·중·고교 교원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에 그 문제가 잘 드러나지 못하고 속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는 데에는 법률 규정보다 오히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유형의 사안이야말로 성폭력에 무관용적인 학교 내 문화의 형성 및 인식의 확산을 요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피해 은폐를 시도하거나 문제제기를 묵살하고, 피해자를 회유하려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2차 피해를 학생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제반 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2차 피해를 야기한 관련자에게 관계 규정에 따른 철저한 제재가 따라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성폭력을 당하러’ 학교에 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느 누구에게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성폭력 교원 퇴출과 2차 피해 관련자 응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학교가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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