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정치는 모두 패자가 되는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국민과

국가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지금 서늘한 여름 기온이다. 스웨덴 중앙기상청에 따르면 38년만에 가장 낮은 최고기온이 기록했다고 한다. 남유럽과 한국에서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서와의 전쟁이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휴정 기간인 7월 이후 스톡홀름 정가는 정치태풍이 불고 있다. 4개 우파야당들이 9월 의회가 개회되자마자 세 명의 장관을 포함한 내각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합의를 보았다. 극우파인 스웨덴 민주당도 가세해 모든 우파야당들이 불신임투표에 찬성을 하게 되면 과반수를 넘기 때문에 조기 총선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발단은 2년 전 스웨덴 교통정보관리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 및 운전면허증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전산망을 외부에 위탁해 관리하도록 결정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산자료관리 회사를 내정했다. 하지만 전산관리 위탁회사인 스웨덴 IBM이 비용 절감을 위해 서버를 루마니아와 체코 등으로 이전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같은 사실을 교통정보관리청장에게 통보됐지만 개인정보의 보안 관리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묵살했다. 하지만 스웨덴국가정보원은 동유럽국가에서 채용한 현지 직원들의 자료 처리 미숙으로 스웨덴 국민들의 개인정보와 차량정보 등 일부가 외부에 누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교통정보관리청과 책임부처장인 교통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내무부장관과 국방부 장관도 이 정보를 공유했다. 외부위탁 1년6개월 만인 지난 2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교통부 장관은 책임을 물어 해당 청장을 해임하고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야당은 총리의 정부통제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총공세 나섰다. 해당 장관들의 해임과 총리의 불신임투표를 추진하고자 했다. 지난 4월 스톡홀름 차량테러를 잘 수습해 국민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뢰뵌 총리는 세계정세의 불안으로 인해 내각총사퇴는 국가혼란과 경제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과 함께 주무장관인 교통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만 경질하는데 그쳤다. 국방부 장관은 직접적인 주무장관이 아니며, 러시아의 군사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방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당사자라는 이유로 그를 끌어안았다. 과반수이상의 국민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야당인 4개 우파정당 연합은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함과 동시에 9월 의회개회 시 총리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리어 야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 국가이익보다 정당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전직 야당인사 들의 질타와 우려 섞인 조언을 받아 들여 이 문제는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스톡홀름에서 한 여름 태풍처럼 지나간 2주간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보면서 정치의 궁극적 목적을 생각하게 된다. 정치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생존을 지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교통정보관리청장의 안이한 대처가 문제를 일으켰고, 국민정보 누출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고도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내부보고 체계에서 총리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점까지는 정부의 책임이다. 여기까지는 정부가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가의 혼란과 국가신인도 저하를 무시하고 주무장관 해임이 충분치 못하다며 총리 불신임과 내각총사퇴를 요구한 야당은 국가보다 정당의 이익을 앞세운다고 본 국민의 질타를 도리어 받고 있다. 역시 국민이 깨어 있어서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유럽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국민 그리고 국가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북유럽 정치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깨달아야 할지는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그리고 국가를 진정 걱정하는 국민들이라면 정치인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일이다. 정치와 정치인을 변하게 하는 것은 결국 국민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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