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창당 6개월 넘도록 당대표실이 없어

정당개혁이 곧 정치개혁…당내 민주화 주력

“여성들 도전정신 당부드리고 싶다”

“문대통령 만나서 탁현민 해임 건의 요구”

폭력 관련 대법원 양형기준 문제 있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국회 본청 당 회의실에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국회 본청 당 회의실에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개혁 보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이끌고 있는 이혜훈 대표의 관심사는 사람이다. “정치 개혁을 위해 정당 개혁은 필수”이고 “정당 개혁은 사람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을 향해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여성 인력풀이 필요하다며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창당 196일째인 지난 7일, 이혜훈 대표와 인터뷰를 하기로 한 이날 기자는 당대표실을 최초로 방문한 손님이 될 뻔했다.

“그동안 바른정당 당대표실이 국회에 없었는데 드디어 오늘 공사가 마무리됐어요. 그런데 에어컨이 안나오네요.” 이혜훈 대표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은 기자의 손을 이끌고 나와 국회 본청의 바른정당 회의실으로 이동하면서 대표실에서 인터뷰하지 못하는 속사정을 설명했다. 의원 100명이 넘는 거대 정당을 나와 20명으로 꾸려진 소수정당은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 중이었다.

이 대표가 ‘모두의 목소리를 소중하게 경청하는 당내 민주주의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취임한지 42일째 되는 이날,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와 함께 오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당내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당대표 경선 당시 패했던 하태경 의원은 “화합과 단결에 이 대표가 굉장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몇몇 언론이 제기한 리더십 위기설은 사실과 달라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엔 많이 갈라졌고 쪼개졌지만 이제는 힘이 모아지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당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돕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저에게 ‘(당의 화합을 위해) 내가 먼저 만나볼까’ 하고 제안하는 의원도 있다”면서 은근슬쩍 팀워크도 자랑했다. 평소 이 대표는 ‘할 말 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지만 그가 의원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섬세함이 느껴졌다.

이 대표가 바른정당을 통해 구현하려는 ‘정치 개혁’은 곧 ‘정당 개혁’과도 같은 말이다. 당내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와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고 했다.

“바른정당 만큼은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로 확실히 바꿨다. 과거 몸담았던 정당에서는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당론으로 정했다. 가령 공유수면 면적 같은 당의 이념적 정책, 노선과 별 관계없는 사안까지 의원 개개인의 양심과 철학, 소신을 질식시키는 구조였다. 그 당론이 정해지는 구조도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결정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당 대표, 원내 대표 등 차례대로 한 말씀씩 하고 나면 회의가 끝난다. 그리곤 정해둔 당론을 공지한다. 하달하는 거다. 헌법기관이라는 의원들을 옭아매고 징치한다. 정당을 반민주 독재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최상의 결정이 나올 수도 없다.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그 다음 정당개혁은 “사람에 달려있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주 공천 룰을 만드는 태스트포스(TF)를 발족한다. 여성 공천에 대해서는 “지역구 여성 30% 할당을 강력하게 요구를 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을 강력하게 압박할 만큼 여성 인력풀을 가져야 한다. 규정만 만들어서는 남성들이 사람이 없어서 못 지킨다고 할 때, 그걸 강제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여성 인재 풀(pool)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광역단체장에 여성 없는 이유가 유권자들이 여전히 남성 후보에 가점을 주기 때문이다. 국회와 지자체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국회는 법과 제도를 얘기하지만 지자체장은 살림살이의 성격이 강하다. 보도블록을 바꾸고, 상하수도, 돌봄을 하는 곳에서 여성이 더 적합하고 비교우위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자치단체장은 여성을 더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권자도 그렇지만 출마하는 여성 당사자 스스로도 그렇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여성들이 벤처정신·도전정신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일례로 최근 진행 중인 전국 당협위원장 공개모집에도 여성들은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임명된 154명 중 여성은 14명에 그쳤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도전정신 강해서 신생정당에 미래 가능성을 보고 함께 하는 분이 많은 반면 여성들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시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과 청년이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세금을 낭비하는 기존의 선거 풍토를 바꾸는 해법도 마련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자전거 유세단을 선보이며 비용 절감은 물론,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기반이 됐다.

“거대정당들은 득표율 15%를 쉽게 넘으니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는 생각에 흥청망청 쓰면서 낭비한다. 대선 때 6톤 트럭을 전국에 다 배치하고 언론에 모든 정당이 광고주면서 수백억을 썼다. 똑같이 그렇게 하는데 변별력이 생기겠나.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불합리하고 잘못된 관행이다. 반면 정치 신인들은 선거 부패, 고비용을 걱정하면서 난 안되는구나 하고 스스로를 차단하더라.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5000만원 내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또 득표율 15%를 넘으면 비용을 전액 돌려받으면 본인비용 없이 할 수도 있다. 과감하게 도전해보시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민들은 직설화법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 대표에게 대통령에게 직언할 대변인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지난달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탁현민 선임행정관 해임을 건의하기 위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영수회동이 발표되면서 언론에서 본 수많은 사람이 저한테 연락해왔다. 국민은 물론 여당 의원, 지방 의원들, 출입기자들, 특히 진보매체도 많았다. ‘아무리 면면을 봐도 대통령 앞에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 밖에 없다’고 했고, 그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왔다고. 대통령이 성평등 사회를 상당히 앞장서서 실현하고 계신데, 그런 행보에 훼손된다.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셔서 오늘 내로 해임해 달라.”

해임 건의에 호응이 뜨거웠다고 분위기를 전하자 이 대표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졌다.

“호응보다는 문자폭탄을 훨씬 더 많이 받았다. 문자와 기사 댓글을 보면 작전세력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탁현민 관련 보도에 붙는 댓글 양상이나, 제가 받았던 문자 내용도 똑같다. 내가 여성이다, 내가 괜찮다는데 XX(욕설)가 왜 그러냐는 식이다. 당대표까지 나서서 언급할 사안은 아니지만,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인 전북지역 모 국회의원의 사건도 그렇고, 탁 행정관의 문제를 그냥 넘어가는 것도, 문제를 지적한 사람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도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뒷맛이 씁쓸하다.”

각종 여성 폭력에 정책에 대해 어떤 대책을 구상하느냐는 물음에는 이 대표는 법보다 대법원 양형기준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최고위원 시절 끊임없이 제기했던 문제였다. 지금은 양형기준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하다”면서 “성폭력이든 일반 폭력이든 법에서는 불법이라고 규정돼있지만 꼭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에서 정해진 양형이 너무 약하다. 그렇다보니 이런 정도의 범죄는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9살 여아 성폭행 가해자가 곧 석방된다. 형량이 너무 짧다. 분노감에 찾아 봤더니 대법원 양형기준 3대 감경 사유에 만취한 상태, 합의 여부, 거액 배상금이 있더라. 이게 범죄 부추기는 양형기준이지, 범죄를 줄이려는 양형기준인가.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이 55% 넘는다. 엄벌을 해야 차후 예방 효과가 있다. 입법부도 노력하고 하지만 사법부의 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여론인 것 같다.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모아달라.”

이 대표와 바른정당은 ‘바른정당 주인찾기’ 행사 4탄으로 충청권에 찾아갈 예정이다. 7월말부터 대구경북, 호남, 강원권을 방문을 통해서 “각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여론조사와 확실히 다르다. ARS 여론조사는 양극단의 응답률이 높아서 무당층의 여론은 과소대표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자리대에 갇힌 당 지지율 반등을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강조했다.

“인생도 그렇지만 정치에도 한방은 없다. 한순간에 역전하고 뒤집는 걸 기대하니 과하게 이벤트를 하고 무리수를 두게 되고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고 정치혐오증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꾸준히 진정성을 쌓아가면 된다. 가랑비 옷 젖듯이 해나갈 거다. 시간이 지나 국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타이밍이 올 때 신뢰로 돌아오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약력

1964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UCLA대 경제학 박사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전)바른정당 최고위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 △ICAPP(아시아정당국제회의) 의원연맹 회장 △17·18·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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