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 

창립 20주년 ‘휴먼 라이프’ 콘텐츠 기업

‘미쓰옹’ 등 자사 캐릭터 개발해 재능기부 

수익모델 끊이지 않는 기부몰 만들 것”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는 “수익모델이 끊이지 않는 자생하는 기부재단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는 “수익모델이 끊이지 않는 자생하는 기부재단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직원 모두가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기업이 있다. 콘텐츠 기업 ‘루시드프로모’ 직원들은 월급의 1%를 매달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한다. 여기에 성과급을 받으면 10%를 더 기부한다. 지금까지 직원들의 월급으로만 약 1억원을 기부했다.

처음엔 이러한 기부 방식에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기부에 대한 진심과 구체적인 향후 계획들로 직원들을 설득해갔다.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는 “직원들이 기부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설득했다”며 “루시드프로모가 향후 꿈꾸는 ‘기부재단’의 토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시드프로모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휴먼 라이프’ 콘텐츠 기업이다. 광고, 뉴미디어, SP전시, 이벤트, 공간디자인, 컨시어지 서비스, 캐릭터 사업 등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건설사를 상대로 한 마케팅 기획이 주 업무이며, 캐릭터 개발과 컨시어지 서비스를 7년째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 어떤 기부재단과 제휴를 맺으려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했어요. 돈을 받아 운영하는 재단이다 보니 약간 뻣뻣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 번은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는데 기부금이 분실된 경우도 있었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직접 ‘자생하는 기부재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 대표는 5년 안에 재단 내 수익모델을 만들어 기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김 대표는 ‘기부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부몰에서 모인 수익 전체를 기부재단으로 넘겨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준비만 되면 바로 이를 실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해오고 있다. 명절에는 아름다운 재단과 연계해 선물을 구매한다. 추석·설 선물을 받는 것만으로도 기부한 셈이다. 직원들끼리는 ‘자선경매’를 통해 평소 안 쓰는 물건을 팔아 기부금을 조성하는 등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물 절약 캠페인 ⓒ루시드프로모
물 절약 캠페인 ⓒ루시드프로모

캐릭터 사업도 기부재단 설립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루시드프로모는 2011년 캐릭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 ‘미쓰옹과 친구들’ 등 캐릭터를 론칭했다. 미쓰옹, 찰스, 멍구, 아잉 등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다양하다. 캐릭터 개발과 유지비용에만 약 40억이 들었지만 캐릭터를 여러 방면에 기부하고 있다.

루시드프로모는 공공기관이나 공익적 목적에 한해 캐릭터들을 재능기부 한다. 미쓰옹과 친구들은 마이너 감성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입힌 캐릭터로 현재 ‘문화 에티켓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아파트, 분리수거, 지하철, 화장실, 교통, 금연, 주차, 식당, 마트, 영화관 등 총 10개의 주제 하에 상황별로 필요한 에티켓을 전해주고 있다.

“주변에서 당장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뭐라 하기도 하죠. 캐릭터를 통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먼 미래를 놓고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화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캠페인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까?’ ‘어떻게 하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의 의무, 국회의원의 의무, 국민의 의무 등을 캐릭터로 알기 쉽게 표현해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작은 규칙과 규범들을 무시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지키도록 한다.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에티켓 문화 캠페인과 기부재단 설립 모두 중소기업 대표로서 결심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라는 게 사실 이익 창출이 목적이지만 돈을 번 만큼 일정 부분은 사회에 환원하자는 것”이라며 “사실 제가 아는 중소기업 대표만 하더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갤럭시 노트7 발화문제가 터졌을 때 ‘노트7을 사주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삼성을 지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 ‘국민이 도와줘서 잘 될 수 있구나’ 대기업들이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애국 캠페인의 일환이었던 거죠. 지금 하는 캐릭터 사업도 공익 캠페인과 에티켓을 위해 활용되고 있습니다.”

김병수 대표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바로 IT업계에 취업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반 년만에 회사를 나와 직접 회사를 세워 20년 가까이 대표로 일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기부재단’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되뇌며 꿋꿋하게 버텨왔다고 했다.

기부에 이토록 집착하게 된 이유가 뭘까. 기부에 대한 첫 경험과 함께 철학을 물었다. “모든 일은 결국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요. 어렵게 사시던 부모님께서 항상 ‘남을 돕는 것이 결국은 나를 돕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이 저도 모르게 체화되어 있던 거죠. 저 또한 제 자식과 후손들에게 이 말을 새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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