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학로서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 열려

이동하 영화감독·이민경 작가·싱어송라이터 시와 참여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이 지난 4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에서 열렸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날 행사엔 청중 150여명이 참석했다. 연사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2016)’로 베를린영화제 관객상과 들꽃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받은 이동하 감독,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등을 집필한 이민경 작가, 싱어송라이터 시와가 나섰다. 문화평론가인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이 사회를 맡았다.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민경 작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민경 작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민경 작가 “페미니즘이 다양성 존중하는 사회 만든다”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페미니즘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시대, ‘한남 엔터테인먼트’의 틀을 벗어난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하나둘 등장하는” 시대다(손희정 사회자).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지난 2년간 하나둘 등장한 페미니즘 창작자들이 이끈 변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민경 작가와 그가 속한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baume a l'a me)’도 이 흐름의 일부다. 어린 시절엔 “평범하게, 결혼도 출산도 하는 삶”을 상상했던 이 작가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창작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를 포함해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4인이 의기투합해 ‘봄알람’을 설립했다. 이들의 첫 작품인 일상 속 여성혐오 대응 매뉴얼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은 출간 직후부터 입소문을 타 페미니즘 관련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봄알람은 이후로도 여러 베스트셀러를 펴냈고, 요즘은 아이들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페미니즘 도서 등을 기획 중이다. 

이 작가는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갔을 뿐”이라며 “페미니즘 창작이란 다양한 관점이 이 세상에 흘러들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우리가 수용자이자 생산자로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동하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동하 감독.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동하 감독 “약자들이 서로 연대·존중하며 더 나은 사회 만들어 나가길”

2013년 9월 7일,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장. 동성혼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난입해 오물을 투척했다. 축가를 부르던 게이 합창단 ‘지보이스’ 단원들도 오물을 맞았다. “단원들은 무대 뒤에서 울었지만, 주눅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계속 활동할 이유를 찾았다’는 얘길 나눴죠.” 지보이스의 활동을 10여 년간 지켜보며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를 만든 이동하 감독이 이날 연단에 섰다. 

단지 노래하는 게 좋아 모였던 게이 10여 명은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혐오에 맞서면서 단단한 인권 운동가로 거듭났다. “2013년 ‘한진중공업 사태’ 때 지보이스도 노동자들 응원차 부산에 갔어요. 공연할 생각에 신이 나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간 단원도 있었는데 가자마자 최루탄 맞고, 아스팔트에서 노숙하고... 나중에 그 단원이 ‘(힘들었지만) 내 핑크빛 에너지가 노동자들에게 전달되는 걸 느꼈다, 계속 지보이스 활동을 할 것이다’라고 했어요. 2015년 해고 노동자들이 성소수자 단체의 서울시청 점거 농성 현장을 찾아와 연대 공연을 펼친 일도 잊지 못할 기억이죠. 약자들끼리 ‘스킨십’을 늘리고, 그렇게 서로 연대하고 존중하는 거죠.” 

이 감독은 “소수자의 이야기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우리가 직접 기록하지 않으면 이 시간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었다. 단원들이 “모자이크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설득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게이든 아니든 사랑하는 모습은 다 똑같네’라는 관객 반응에 힘입어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작업을 할 계획”이다.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싱어송라이터 시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4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차 포럼에서 강연 중인 싱어송라이터 시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시와 “누구나 성취를 떠나 가치 있는 존재…모든 여성 음악인 응원”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대 나온 여자’, ‘홍대 여신’….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긴 별칭들이, 싱어송라이터 시와에겐 ‘내 마음속 여성혐오’의 근원이었다. “대학 시절에 저는 ‘넌 이대생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어요. 칭찬 같았거든요. ‘시와는 다른 홍대 여신들과 달라, 깊이가 있어’ 이런 말도요. 모두 제 안의 미소지니(여성혐오)를 드러내는 방식이었죠.”

많은 여성들처럼, 시와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로 무력감에 괴로워했다. “세상에 가득한 여성혐오와 이를 내면화한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늘 철저한 ‘자기검열’에 시달렸던 저는 남성 뮤지션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참 부러웠어요. 어떻게 남자들은 저렇게 날 것 그대로의, 모자란 모습까지도 거칠게 드러낼 수 있는 걸까? 저렇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네? 여성 뮤지션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쟤 있는 척한다’ ‘저거 다 계산이야’ 하고 생각했어요. 돌아보니 제가 여성 뮤지션들에게 유독 높고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죠.” 

내면의 여성혐오를 깨기 위해, 시와는 “모든 여성 음악인을 응원”하기로 했다. 이날 강연 말미에서 그는 여러 동료 여성 음악인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저는 그동안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서 너무 애쓰고 있었는데요. 그렇지 못한 저도, 여러분도 모두들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청년포럼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인 3차 포럼은 오는 10월 대학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사)여성·문화네트워크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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