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대로 반대표 던진

공화당 콜린스·머카우스키

반트럼프 그룹 86% 여성

의회에 전화 20만통하고

거리에서 반대 시위도

 

공화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의 상원 통과를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화당의 여성 의원 2인, 수잔 콜린스(왼쪽)과 리사 머카우스키. ⓒcollins.senate.gov / murkowski.senate.gov
공화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의 상원 통과를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화당의 여성 의원 2인, 수잔 콜린스(왼쪽)과 리사 머카우스키. ⓒcollins.senate.gov / murkowski.senate.gov

미국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폐지 노력이 또 다시 실패했다. 공화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스키니 법안’은 7월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상원 표결에서 49대 51로 아슬아슬하게 부결 처리됐다. 공화당 의원 3명의 반대표가 결정적이었다.

이들의 반대표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스키니 법안의 부결 이후 언론의 주목은 뇌종양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던 전 공화당 원내대표 존 맥케인(애리조나)의원의 반대표에 집중됐지만 공화당의 두 여성 의원인 수잔 콜린스(메인)와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의 역할도 컸다. NBC뉴스는 “맥케인이 예상치 못한 반대표로 드라마틱한 밤을 만들어냈지만 스키니 법안을 무릎 꿇게 한 것은 수잔 콜린스와 리사 머카우스키의 투표였다”라며 “이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동료 의원들의 분노에도 반대 의사에 변함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뉴스 슬레이트도 “맥케인이 신임을 가져갔지만 콜린스와 머카우스키가 이 법안을 ‘죽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주장했다.

콜린스 의원은 상원 표결 후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보험법으로 미국 평균 가정이 연간 2500 달러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그 반대로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료가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는 양당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찬성표를 한 표도 얻지 못한 채 오바마케어를 통과시킨 것은 큰 실수이며 나는 공화당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머카우스키 의원도 “오바마케어는 결점이 있는 법안이며 모든 미국인을 위해 더 나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원이 이 나라의 건강보험 체계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늘리며 양질의 케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 상원 지도부에 반대한 두 사람은 당내에서 협박과 모욕에 시달리기도 했다. 콜린스 의원은 한 남성의원으로부터 “여자가 아니었다면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6일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실패한 후 트위터에 “대단한 알래스카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이 공화당원과 이 나라를 실망시켰다”고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또한 머카우스키 의원으로 인해 알래스카가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자녀를 둔 부모 단체 ‘리틀 로비스츠’의 거리 시위 모습. ⓒlittlelobbyists.org
환자 자녀를 둔 부모 단체 ‘리틀 로비스츠’의 거리 시위 모습. ⓒlittlelobbyists.org

또한 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지켜낸 데에는 건강보험 혜택 삭감에 반대하는 많은 유권자들, 특히 여성들의 호소와 투쟁의 힘이 컸다. 타임지는 7월 30일 ‘여성들은 어떻게 오바마케어를 지켜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케어’를 좌절시킨 여성들의 노력을 집중 조명했다.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폐지 노력이 본격화된 지난 반 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며 편지와 전화 등을 통해 공화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들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그 중심에 섰던 단체 중 하나인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는 “공화당 개혁안에 반대하기 위해 자원 활동가들이 의회에 20만건 이상의 전화를 했으며 전국에서 2200건 이상의 행사를 열었으며 여성들의 건강보험 혜택 삭감에 반대하는 100만건 이상의 청원을 의원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며 조직된 진보운동단체 ‘인디비저블(Indivisible)’은 이메일 구독자의 74%가 여성이며 대부분의 지역 조직을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반트럼프 문자 메시지 운동을 주도한 ‘데일리액션(Daily Act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에 참여한 회원들의 반트럼프 그룹의 86%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전화에만 매달리지 않고 의원과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나타나기도 했다. 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단체인 ‘리틀 로비스츠(Little Lobbyists)’를 이끈 미셀 모리슨과 엘레나 헝은 만성질환에 걸린 아이들을 데리고 몇 주 동안 국회의사당 주변을 돌아다니며 의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만나기 위해 장애인 자녀를 태우고 루이지애나에서 25시간을 운전해 워싱턴 DC까지 오거나 암에 걸린 딸을 위해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온 어머니도 있었다.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여성들이 가족의 건강보험을 위해 워싱턴DC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두 명의 강한 여성이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건강보험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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