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연출력이 보이는 거울

개그맨과 시한부 아내를 통해 진정한 눈물의 의미를 보여주겠다던 영화 <선물>.

영화의 마르지 않는 소재가 사랑이다. 멋진 남녀의 근사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는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의식 속의 ‘사랑 교본’이 되곤 한다. 내노라 하는 감독들이 꼭 한편 쯤은 러브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자연인으로서 갖는 이런 매혹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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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 속 사랑은 대개 리얼하지 않다. 우선 여자 주인공은 아름다우며 남자 주인공은 넓은 아량의 소유자로 여주인공에게 지극한 사랑을 바친다. 또한 그는 넉넉한 경제력의 소유자이다(설령 가난하다고 해도 그들의 집과 옷은 늘 근사해 보인다). 이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멜로 영화는 철저히 스타 시스템에 기댄다.

최근 우리 영화계에 이런 사랑 바람이 불고 있다. 이성재와 고소영이 주연했던 <하루>, 전도연과 설경구를 내세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독특한 이야기 방식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롱런하고 있는 <번지점프를 하다> 그리고 최근 개봉된 영화 <선물>까지.

이들 작품은 <번지 점프를 하다>를 빼고 제한된 인물과 배경설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리고 신인감독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흥행에 실패하면 큰 손해를 면치 못하는 대작과는 달리 멜로 영화는 최악의 경우라도 큰 손해는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들의 ‘입봉 작품’으로 선택되곤 한다. 그래서 최근의 멜로 붐은 요즘 데뷔하는 감독이 많아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또한 멜로 영화가 확보하고 있는 기본적인 관객 수도 이들의 선택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흔한 소재를 신선하게 가공하는 것은 오롯이 작가와 감독의 몫이다. 어설픈 시나리오와 연출은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을 식상하게 한다. 이 때는 아무리 화려한 스타시스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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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물>(오기환 감독, 이영애 이정재 주연)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무명 개그맨 정용기와 병으로 죽어가는 그 아내 박정연을 다룬 이 영화는 관객에게 눈물과 웃음의 페이소스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 아내를 위해 이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마지막 무대를 만드는 남편과 행복한 웃음으로 마지막 선물을 전달하고 간 아내. 결국 아내가 평생을 그리워한 첫사랑은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개그 디렉터로 개그맨 백제현을 쓰는 등 웃음에 큰 무게를 실었다. 중간중간 장치된 웃음 뒤에 쏟아지는 눈물은 비극적 멜로의 극치이다. 그러나 무명 개그맨 남편과 아내라는 신선한 인물 설정에도 불구하고 다소 엉성한 구성은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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