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전제하지 않은

저출산 대책 효과 없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성평등 관점서 재수립하려면

운영위원장 여가부에 맡겨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칼럼에서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와 관련해 2005년 여가부를 만들 때 본래 기본구도였던 ‘성인지적 가족정책’을 언급했다. 오늘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여가부 기능 확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실 굳이 여가부라는 명칭에 고착될 필요는 없다.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과 가족이 “출산을 해도 좋구나!”라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부서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현재 정부부처 구도에서 성평등 관점을 그나마 실천할 수 있는 부서가 여가부다. 게다가 페미니스트·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현직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기능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래서 여가부 기능 확대 방향을 다각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각자 경험에 따라 수많은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임신·출산·돌봄은 하나의 이론적 수사로써 설명할 수 없는 개개인의 소중한 경험 및 결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상황이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은 결국 여성이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독박육아 등 아이를 낳고 돌보기 때문에 여성이 갖게 되는 문제에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가 숨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전 정권과 달리 현 정권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관점으로써 접근한다고 볼 수 있는 움직임이 있는가? 지금까지 저출산 대응은 인구정책에 치우친 경향을 보인다. 정책적 투입에 따른 산출로서 출산율 제고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신혼부부 행복주택을 몇 채 더 만들고, 난임부부 지원을 얼마를 더 하고,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얼마나 올라가면 출산율이 몇 퍼센트 올라갈 것이라는 접근이 주 흐름이다. 현 정권의 이른바 핵심 정책 참모의 생각은 정책적 자원 투입에 따른 결과로서 출산율 제고라는 실적주의적 틀에서 벗어나 있을까?

기존 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서 남녀 일·가정 양립 등 성평등 지향성을 발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여성과 남성의 공동과제로 규정하는지 관점 제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 급여 간 명백한 성차별이 존재하는 경우가 좋은 사례다. 이른바 ‘아빠의 달’을 사용하는 남성은 통상임금의 100%를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다. 물론 이 급여 수준도 월 최대 200만원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하는 여성은 통상임금의 40%를 받는다. 남성 육아휴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이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 수준 자체를 달리하는 차별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성평등을 전제로 하지 않을 때 출산율 제고를 위한 모든 정책적 시도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현실을 지금까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대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첫 걸음을 어떻게 딛을 수 있을까?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더 이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여가부 장관이 맡도록 해야 한다. 2005년 이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추진을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 자체가 성평등 지향적인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금까지 없었다. 전체 위원장은 대통령이지만,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의 이견 조정을 하는 정책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저출산 기본계획을 성평등 관점에서 재수립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여가부 기능 확대를 공약대로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정책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이 맡는 정도의 변화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30% 숫자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성평등 내각을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