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가 쓰레기? 알고 마시면 더 맛있죠”
“한국 맥주가 쓰레기? 알고 마시면 더 맛있죠”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7.07.31 11:49
  • 수정 2017-10-17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맥주 소믈리에 하승아 한국맥주문화협회 이사

 

한국에서 맥주는 천대받는 술이었다. 갈증을 해소하려 물 대신 마시는 가볍고 싱거운 음료거나, ‘소맥’ ‘양폭’ 재료로만 쓰였다.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영국 기자의 평가가 적지 않은 공감을 산 이유다. 

맥주를 둘러싼 젠더 편견도 강고하다. 여전히 맥주 소비자는 남성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업계에 만연해 여성 ‘맥덕’(맥주덕후로 마니아를 가리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수 낮은, 달콤한 맥주’를 말할 땐 으레 ‘여성’이란 수사가 붙는다. 

하승아 한국맥주문화협회 이사는 “맥주에 대한 이해 부족이 결국 맥주를 표현하는 언어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물, 맥아, 홉, 효모라는 맥주의 기본 요소와 다양한 맥주 스타일, 시음법을 이해한다면 무조건 ‘한국 맥주는 쓰레기’라며 무리하게 폄하하진 않을 겁니다. 맥주가 ‘여성적’ ‘남성적’이라며 제한적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

하 이사는 국제 공인 자격을 갖춘 맥주 감평 전문가다. 독일 되멘스 아카데미의 디플롬 비어 소믈리에(DOEMENS Diplom-Biersommelier) 한국어 과정 1기 출신이자, 서티파이드 시서론(Certified Cicerone)이다. 서티파이드 시서론 자격을 갖춘 한국 여성은 2명뿐이다. 그가 8명의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한국맥주문화협회(맥문협)는 맥주에 대한 명확한 지식과 정확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교육해 국내 맥주산업 발전과 문화정착을 도모하는 비영리단체다. 맥주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전문가를 위한 맥주 테이스팅 강의, 브루어리 투어 등을 열고 있다. 

비어소믈리에란 맥주 제조부터 테이스팅까지 전문 지식을 습득해 고객을 위한 최상의 맥주 제공·추천, 맥주에 어울리는 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이다. 아직 대중에겐 생소한 직종이다. 미국·유럽에서도 비어 테이스팅이 세분화된 지는 10여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서울 유명 브루펍 직원들을 시작으로 되멘스디플롬 비어소믈리에, 시서론 등 공인 맥주 자격증 소지자가 점점 느는 추세다. 프리랜서로 여러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맡은 하 이사를 포함해, 대다수가 국내 주류·외식업계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맥주 시장은 부쩍 성장했지만, “맥주를 제대로 즐기는 문화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하 이사는 말했다. “그간 한국 맥주엔 다양성이 부족했어요.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며 변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맥주는 무척 캐주얼하고 흥미로운 술이 됐죠. 높은 주세, 대면 구매만 가능한 점 등 아직 제약은 많지만 앞으론 커피 못지않게 대중에게 친숙한 음료가 될 겁니다. 대형마트 맥주 코너에서 늘 같은 맥주만 고르는 게 지겨운 분들 도움이 될 거에요.”

비어 소믈리에는 “여성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감각이 뛰어나고 트렌드를 잘 읽는 여성들이 하기 좋은 일이에요. 양조, 마케팅, 영업 분야 모두 맥주의 기초와 테이스팅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력을 환영하죠. 맥주의 역사가 유구한 만큼, 인문학·예술과 접목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치즈 페어링, 디저트 페어링 등 전문적 푸드 페어링 연구도 흥미진진하죠.”

국내 되멘스디플롬 비어소믈리에 자격을 갖춘 20명 중 여성이 6명이다. 그는 “나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과 어울려 공부했다. 시장이 좁다 보니 여성 전문가들 간 연대가 아주 끈끈하다. 더 많은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하승아 비어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맥주 (그래픽)

1. 갈비찜 w/ Pale Ale or Belgian Dubbel

간장베이스에 단맛이 첨가된 양념과 감자, 당근, 견과류를 곁들여 오랫동안 푹 조리한 갈비찜엔 홉에서 오는 비터감이 있는 페일에일(Pale Ale) 혹은 탄산감이 높은 벨지안 두벨(Belgian Duvel)을 

2. 꽃게탕 w/ Witbier

쫀득하고 달큰한 꽃게살과 적당히 매콤한 양념으로 요리한 꽃게탕엔, 밀의 부드러움에 오렌지껍질과 코리엔더 씨앗에서 오는 은은한 스파이시함이 있는 벨지안 윗비어(Belgian Witbier)를

3. 약식 w/ American Amber Ale

찹쌀과 여러 견과류에 간장, 흑설탕, 계피, 참기름로 만든 디저트인 약식엔 아메리칸 홉의 아로마와 맥아로부터 오는 카라멜 뉘앙스가 있는 엠버에일을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