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정치는 훈련된 사람에게 맡겨야
한국의 미래정치는 훈련된 사람에게 맡겨야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07.26 17:48
  • 수정 2017-07-31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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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국가의 총리, 정당 당수

대다수가 청년당원 출신

정당의 청년정치학교 통해

정치 관련 전문 교육 받아

밖은 서늘한 북유럽 여름 날씨이지만 교실은 학습 열기가 뜨겁다. 봄메쉬빅 (Bommersvik) 사민당 여름캠프에 모인 청년들이 여름 휴가 기간 동안 모여 국가의 미래와 정당의 역할에 대한 정치를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여름캠프는 청년당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함께 1주일동안 단체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정책이슈와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한다. 200-300명씩 수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보수당의 여름캠프의 열기도 예사롭지 않다. 내년 총선거가 있어 재집권을 위해 능력 있는 미래정치인의 양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타 군소정당들도 여름캠프와 특별정치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정치입문은 빠르다. 어린나이인 6세부터 25세까지 각 당의 청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및 청년수는 보수당청년회(MUF) 1만3000명, 사민당 청년회(SSU) 1만2000명, 환경당청년회(GU) 6300명, 자유당청연회(LUF) 3000명이다. 최근 들어 청년당원수가 약간 줄기는 했어도 여전히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정당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을 줄을 잇는다.

청년당원들의 정치수업은 미래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필수코스로 통한다. 일찍 정치교육에 참여한 청소년의 경우 10대 말 혹은 20대 초에 지방정치에 발을 들여 놓고, 그 중 일부는 20대 말에 중앙정치로 진출한다. 30대 초에 당이 집권하게 되면 의정활동이 뛰어난 중앙정치인 중 일부는 장관으로 발탁된다. 북유럽 정치인 중에서 유난히 젊은 장관이 많은 이유는 일찍부터 정치에 입문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기에 가능하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역대총리, 국회의장, 장관 그리고 각 정당 당수들은 거의 대다수가 청년당원출신이다. 청년당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정치적 자원을 축적해 아래서부터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간다.

서구정치의 핵심 단어는 두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하나는 정치민주화다. 통치의 중심이 1인 군주에서 의회와 정부로 이양됐고, 그 정당성은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투표로 확보된다. 헌법과 법제도화를 통해 권력의 분립, 법치와 질서, 그리고 사법정의를 실현해 모든 국민이 정치적 주권을 실현한 것이 정치민주화의 핵심이다. 집권과 통치가 국민주권의 기초 위에 서 행사되지 않을 경우 국민소환제 혹은 탄핵 등을 통해 견제할 수 있어야 정치민주화는 견고해 진다.

정치민주화와 함께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정치전문화다. 정치는 정치인이 맡아서 한다는 말이다. 1800년대 말까지 정치인은 귀족집안의 자제가 독점을 했지만, 영국과 미국을 주축으로 개혁이 진행되어 귀족의 독점적 지위를 박탈해 점차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일반시민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정치민주화는 결국 정치민주화는 정치개방과 시민의 정치참여로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당들이 충원한 일반시민들에게 정치인에게 필요한 기본적 소양, 정책적 식견과 지식, 지방과 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야 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청년정치학교들이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대다수 정당들이 미래 정치인을 충원해서 교육시키고, 전문적 지식과 경험 그리고 다양한 훈련을 받고 정치에 입문한다. 법안 작성, 예산 심의, 정책적 식견, 토론, 설득, 연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봉사정신에 이르기까지 정치인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훈련시키는 곳이 청년정치학교다. 정당들의 이러한 노력 덕에 능력 있는 정치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공급될 수 있었다. 지금도 정치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정당들의 정치프로그램에 등록해 교육을 받고자 한다.

한국의 정치민주화는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여야간 정권교체가 수 차례 이뤄졌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정치민주화는 경이적 발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전문화는 시작도 하지 못한 형국이다. 정치인의 상당수가 법조인 출신들이고, 전직관료, 언론인, 시민단체, 노조, 학계 등 정치문외한 들이 정치적 지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정치가 타협하지 못하고 협치하지 이유는 그런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논리,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는 시민사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칙을 만드는 국회와 지방정치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치발전은 이 두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이제 한국정치의 미래는 곧 한국의 미래를 좌우한다. 정당들이 그런 역할을 해 내지 못하면 민간정치학교들이라도 다수 생겨나야 하는 이유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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