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석사를 마치고 서른 살에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대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잦은 야근과 높은 업무강도로 건강이 나빠져 퇴사했습니다. 이후 다시 두 곳에 입사했지만 3~4개월 만에 퇴사를 반복하게 됐고 우울증 치료를 받다보니 공백기가 1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카페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어요. 리서치업종으로는 다시 가기 싫은데, 어떻게 재기할 수 있을까요?

 

A. 같은 일이 아니어도 경력 살릴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에 3년이라는 업무경험은 적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혜지씨의 업무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시 리서치 업계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좀 더 넓게 보면서 길을 찾아보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야근이 많은 것이 리서치업종으로 복귀하기 싫은 이유라면, 일‧생활 양립을 지킬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고요. 대리로 입사해 3년의 경험을 쌓았다면 업무처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정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마케팅 리서치 업무는 기획과 통계처리, 분석 등의 역량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러한 능력은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필요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마케팅 요소를 찾아내고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내기 위한 리서치 업무는 일상의 정보에서도 유의미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때로는 ‘감이 좋다’, ‘센스 있다’고도 하지요. 이러한 감각은 하나의 업무 능력이 됩니다.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욕구를 읽어내는 일은 대부분의 사업기획 단계에서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사업의 시장성을 확보하고, 타깃으로 하는 고객 조사가 선행돼야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구직활동을 하면서 이런 부분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고 노하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충분히 강조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분야로 전직을 한다면, 기존 전문분야를 살려 경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리서치 업무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홍보 업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든 홍보업무란 리서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전문가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실무교육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관련 교육을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청년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등 취업지원 사업에 참여해보세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는 만34세까지 진로 상담부터 취업으로 연계되는 다양한 직업훈련 교육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단계별 참여 수당도 있어요. 최근 내 저축액에 국가에서 일정금액씩 추가 적립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이 생겼는데,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이 사업의 가입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추경예산안이 통과되면서 혜택도 더 늘어난다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혜지씨가 사회에서 겪은 경험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게 남아있을 겁니다. 사연으로 보아 높은 업무강도에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한 것 같지만, 저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까지의 일들이 폭넓은 업무경험을 쌓기 위한 훌륭한 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분명 혜지씨가 겪은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어느 회사에서나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가진 핵심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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