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 

회계사 그만두고 패션 관련 창업 결심

25년간 옷 장사 하시던 어머니 영향

1152개 패턴으로 ‘맞춤형 속옷’ 제작

속옷은 옷을 잘 입기 위한 기초공사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는 “여성마다 가슴 형태와 모양이 다른데 기존 속옷시장은 사이즈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소울부스터에서는 1152개 패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속옷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는 “여성마다 가슴 형태와 모양이 다른데 기존 속옷시장은 사이즈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소울부스터에서는 1152개 패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속옷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왜 남자들이 보기에 좋은 속옷을 입어야 하죠? 무조건 사이즈를 크게 하거나 섹시한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이제껏 섹슈얼만을 강조해 가슴 구조에 맞지 않는 불편한 속옷을 입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몸에 맞는 편안한 속옷을 입어보세요. 몸에 맞는 속옷이 옷 맵시도 가장 아름답게 살려줘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하루 종일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24시간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갑갑한 브래지어를 차고 생활한다. 여성이 평생 최소 38만 시간 이상을 착용하는 브래지어가 불편하면 안 된다는 것이 ‘소울부스터’ 박수영(31)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건강은 물론 옷을 입었을 때 완성되는 아름다운 맵시도 ‘기반 공사’인 속옷 착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봤다.

“여성마다 가슴 형태와 모양이 달라요. 그런데도 기존 속옷 시장은 사이즈에만 집중해 브래지어 패턴이 몇 가지 종류로 획일화돼 있잖아요. 같은 사이즈인데도 어떤 여성에겐 잘 맞지만 또 다른 여성에겐 불편한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박 대표가 이끄는 소울부스터는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여성 속옷’ 스타트업이다. 작년 7월 설립됐지만 정식 서비스는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소울부스터에서 속옷을 사려면 먼저 신체에 관한 27개의 퀴즈에 답해야 한다. 소울부스터는 답변을 토대로 소비자의 체형을 꼼꼼히 분석해 몸에 딱 맞는 속옷을 만들어 보내준다. 박 대표는 “속옷 가게에서 맞는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샀는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답답했던 경험이 많았다”며 속옷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내 여성 속옷 시장은 2조원에 달해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정확한 속옷 사이즈나 몸의 특성은 잘 몰라요. 속옷이 불편하면서도 ‘그러려니’하면서 계속 입고 있던 거죠. 체형에 비해 너무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하거나 사이즈만 보고 속옷을 사 입다보니 불편할 수밖에요. 또 겉옷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하기도 하고요. 이런 모든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디 프로파일링 퀴즈 ⓒ소울부스터
바디 프로파일링 퀴즈 ⓒ소울부스터

‘손가락을 가슴 사이로 쓸어보세요.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나요?’ ‘브라 착용 시 가슴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어떤 건가요?’ 등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다. 키와 몸무게뿐 아니라 윗가슴의 형태와 쇄골 중심과 가슴의 모양, 평소 후크를 몇 번째에 채우는 지 등의 질문들도 포함됐다. 소울부스터는 이를 통해 1152가지의 여성의 가슴 패턴과 342가지의 속옷 패턴으로 분류한 후 크기와 모양, 소비자의 속옷 취향까지 반영해 속옷을 만든다.

제품 구매 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꼭 풀어야 하는 ‘27개의 퀴즈’는 박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가족, 지인 등에게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약 3만여개의 댓글을 분석해 각 몸매에 맞는 최적의 제품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데이터 구축에만 기획 단계까지 포함해 총 7개월이 걸렸다.

“쇼핑몰 후기에서 ‘내가 입으니 피팅모델과 너무 다르네요’ 같은 자조적인 글을 너무 많이 봤어요. 모델의 체형과 구매자의 체형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죠. 어떤 옷을 입어도 자신의 몸에 맞는 것과 어울리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속옷부터 시작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울부스터를 가리켜 흔히 테일러드 스타트업(tailored·개인별 맞춤형 창업)으로 부른다.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이다. 소울부스터의 경우, 정장을 주로 입는 여성이 몸매가 좀 더 좋아 보이고 싶다면 뾰족한 형태의 브래지어 컵을 추천하는 식으로 1대 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울부스터는 ‘스타일 매칭표’를 통해 롱 원피스·라운드 티·라이더 재킷·트렌치코트 등 패션 스타일에 따라 가슴의 연출을 달리 제안한다. 이는 모두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뤄진다.

박 대표는 “모델처럼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꽁꽁 눌러 놓았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맞춤형 속옷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디자인이 아닌 과학으로 접근했을 땐 편하면서도 겉으로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주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년 반 정도를 회계사로 일했다. 회사 M&A 팀에서 일하며 특정 기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찾거나 대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위한 매물을 물색했다. 전문직이다 보니 창업을 결심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창업을 반대해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단다. 하지만 박 대표는 “경제적인 안정감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후회에 대한 시간 비용에 가중치를 뒀다”며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그에게 창업은 안정적인 직장에 사표를 던질 만큼 “하고 싶은 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션업계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엄마가 고향인 강원도에서 25년간 의류 매장을 운영하셨어요. 엄마는 손님에게 체형이나 얼굴색 등의 장점이 드러나는 옷을 추천해주셨어요. 실제로 제가 엄마를 도와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지금도 옷을 너무 좋아해요.”

론칭한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소울부스터의 성장세는 긍정적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보통 여성이 10개의 속옷을 1년~1년 반 주기로 착용한다. 한 번에 2~3개씩 구매하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3개월 정도가 돼야 재구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소울부스터의 재구매 시점은 평균 재구매 시점과 비교해서도 빠른 편에 속한다는 게 박 대표의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속옷 시장은 신생 업체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전체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신영와코루·남영비비안·BYC·좋은사람들·쌍방울 등 5개 업체가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속옷 시장의 성장세도 완만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5개사 전체 매출 증가는 0.2%에 그쳐 속옷 시장의 침체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소울부스터는 내년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맞춤 속옷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년 뒤에는 ‘맞춤형 옷’까지 추천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박 대표도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어려운 목표도 이뤄낼 수 있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소울부스터만의 경쟁력을 묻자 박 대표는 망설임 없이 “좋은 제품을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소울부스터는 가격대가 있는 원단을 사용하면서도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 거품을 뺐다. 기존 백화점에서 10만원 넘게 판매되는 속옷과 같은 원단을 사용하지만 소울부스터 제품은 3~4만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박 대표는 “항상 모든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는 곳은 있기 마련”이라며 “사실 국내 속옷 시장은 2조 이상 늘어난 상태고, 시장 자체가 어렵다고 나까지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소울부스터는 앞으로도 기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 약력 △2015.08-2015.12  옐로쇼핑미디어(팀그레이프 분사) 패션사업본부, 사업운영팀장(COO) △2014.03-2015.02 삼정 회계법인 CF본부(기업금융본부), Senior Associate △2012.12-2014.02 삼일 회계법인 감사1본부, Associate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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