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몇 년간 채용목표제를 비롯하여 정책적으로 여성의 공직 진출과 행정의 참여를 늘여왔다. 현재 중앙행정기관의 여성참여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위직 여성공무원, 별정직 여성공무원, 정부위원회 여성참여 등의 순서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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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행정기관의 여성공무원수가 최근 늘고 있지만 대부분 하위직에 몰려 있고 정책결정직인 관리직 여성공무원수는 태부족이다. 사진은 과천 종합청사에서 점심시간에 몰려나오고 있는 공무원들로 이 가운데 여성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2000년 유엔인간개발보고서에 의하면 행정관리자 중 여성의 수가 미국 44%, 캐나다 37.3%, 필리핀 33.7%, 일본 9.5%인데 반해 한국은 4.7%밖에 되지 않는다. 99년말 현재 중앙행정기관의 전체 일반직 여성공무원수는 22%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지만 5급 이상의 여성공무원수는 3.3%에 그쳐 고위직 여성공무원수가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3급 이상의 관리직 여성공무원은 2000년 2월 기준으로 장관(정무직) 2명을 제외하고 총 26명(1급 5명, 2급 3명, 3급 18명). 이 가운데 별정직·계약직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 출신은 2급 2명(통계청 김민경 국장, 외교부 김경임 국장), 3급 3명(여성부 황인자 국장, 노동부 신명 국장, 복지부 양인순 과장)으로 5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여성공무원 대부분이 하위직에 몰려 있는 현실에 대해 일부에서는 채용목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승진할당제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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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행정자치부>

정부가 96년부터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행정·기술·외무고등고시, 7·9급 공채시 적용)를 실시해 전체 여성공무원수 증가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만큼 이제는 고위직 여성공무원수를 늘리기 위해 승진할당제를 실시하자는 요구이다.

승진할당제 도입에 대해 3급이상 고위공무원의 승진심사기관인 중앙인사위원회의 김명식 인사정책과장은 “승진할당제는 남성들로부터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재 4·5급들이 5년 내지 길어도 10년 뒤에는 국장급으로 진급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미 교수(상명대 행정학)는 “아직까지 (공무원사회의) 승진 차별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관리직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승진할당제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또 김 교수는 “승진할당제라고 해서 연차가 안 되는데도 무조건 승진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승진대상명부에 등재된 여성공무원에게 우선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가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는 5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한 항목이 업무배치상 불이익(22.7%)과 근무성적평가(13.3%)다.

지난해 국회 여성특위에서 행자부가 3급 부이사관의 여성공무원을 4급 과장 직급으로 배치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3급에서 2급 승진의 최소연한은 3년이지만 이 여성공무원의 경우 한 등급 강등된 직위에서 승진도 안된 채 6년을 보내다 최근 다른 부처로 자리를 옮기면서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여성들은 승진을 한다고 해도 주요부처에서는 승진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여성 업무라고 여겨지는 가정·여성복지·민원·세무·전산 등 특정분야에 편중되어 있고, 기획·예산·인사 등 요직에는 거의 여성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1과 1여성’정책을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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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성공무원들은 근무성적평가도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승진에서 필수적인 근무성적평정제도는 근무성적평정(50점), 경력평정(30점), 훈련성적평정(20점) 등으로 매겨지는데 경력이나 훈련성적은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근무성적평가는 전적으로 상급감독자의 몫이다. 대부분 남성 관리자들이 주는 점수에서 여성공무원들은 ‘밀리기 일쑤’라고 말한다.

이에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근무성적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승진과 보직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인사담당 부서에 여성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각 부처 인사관리위원회에 여성위원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관리직 여성공무원이 최소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결정에 여성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전문능력을 갖춘 인력을 별정직이나 계약직으로 임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와 함께 일반직 여성공무원들의 승진 확대를 위해 말뿐인 계획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시행과 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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