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청렴도 상위권 ‘북유럽’

모두 젠더 민주주의 강조

부정부패 없애기 위해선

실질적 성평등 이룩해야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7년 1월에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지수(CPI·국가청렴도)’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2015년보다 3점이 하락했다. 이는 1995년 첫 조사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국가 순위도는 176개 전체 조사 대상국 가운데 52위로 15계단이나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29위로 하위권이었다. 부패지수는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받고, 한국이 위치한 50점대는 겨우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복원을 지시했다. 2004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훈령으로 만들어졌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이 회의를 부활했다.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한다. 사정 능력을 갖춘 5대 권력기관의 장이 모두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회의의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당시 국가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그런데 다음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아시는 바와 같이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김대중 정부가 시절인 2000년엔 CPI는 4.0, 2001년 4.2, 2002년 4.5였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된 2003년에 CPI는 4.3, 2004년 4.5, 2005년 5.0, 2006년 5.1. 2007년 5.1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 CPI는 5.6, 2009년 5.5, 2010년과 2011년엔 5.4, 100점 만점 체제로 바뀐 2012년엔 56점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2013년엔 55점, 2014년 55점, 2015년 56점이었다. CPI만 놓고 봤을 때는 반부패협의회 활동이 없던 이명박 정부 때 순위가 더 높았다.

그런데 진보 정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CPI는 보수정권 시절보다 높지는 않았지만 완만하게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CPI가 진보 정권 시절보다 높았지만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국가청렴도나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반부패협의회 활동이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2016년 CPI에서 90점으로 국가 청렴도 1위를 공동으로 차지했고, 핀란드(89점)와 스웨덴(88점)이 3, 4위로 뒤를 이었다. 스위스가 5위, 노르웨이가 6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 것은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CPI가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북유럽 국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복지 국가인 동시에 평등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구 선진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지향한다면이들 북유럽 국가들은 ‘평등 민주주의’(equal democracy) 또는 ‘젠더 민주주의’(gender democracy)를 강조했다. 이들 북유럽 국가들은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시켜 실직적인 평등 국가를 만들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양성평등정치는 소위 ‘두 명당 한 명꼴로 여성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바르안난 다메르나스(Varannan damernas)’로 대표된다. 이 용어는 1970년대까지 구축된 복지제도를 기조로 한 가정 내에서의 양성 평등적 구조를 정치 및 사회전반에 파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다양한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스웨덴 여성의원 비율은 10%에 머물다가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20%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1980년에는 30%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여성의원 비율은 47.3%이다. 핀란드는 38.0%, 노르웨이 37.9%, 덴마크 36.9%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부패 없는 나라의 공통점은 여성의 대표성이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가 심한 남성이 지배하는 조직에 여성이 30% 이상을 차지하면 조직 문화가 바뀌고, 조직 문화가 바뀌면 부패가 사라진다. 따라서,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첩경은 반부패협의회와 같은 조직 못지않게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해 실직적인 성평등을 이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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