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7530원

올해보다 16.4% 증가

노동자 463만에 영향

여성 6명 가운데 5명

최저임금 영향권

미달자 64%가 여성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며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사각지대’에 머물러 이조차 수혜를 누리지 못할 이들이 상당하다. 특히 최저임금 미달자의 64%가 여성인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월 단위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하면 157만3770원으로 전년 대비 22만1540원 인상된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1만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이행하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약 463만명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여성이다. 여성노동계는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이 ‘최저임금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과 송민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의 1.5배 미만의 임금을 받고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주휴수당 고려)는 전체 여성의 62.1%, 남성 노동자는 33.1%로 나타났다. 최저임금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돼 임금이 변화하는 구간인 최저임금 2.5배 미만의 임금을 받는 여성은 86.8%에 달했다. 남성 노동자는 66.3%만 이 구간에 포함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줄’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전체 여성노동자의 53.8%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24만원(2016년 기준), 올해 최저임금인 126만원보다 적다.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로 일하는 여성이 많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이조차 받지 못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은 최저임금 제도의 주 수혜 대상이면서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63.6%가 여성이다. 여성 최저임금 미달자는 92.3%가 비정규직, 장기 임시근로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보건업에,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서비스직, 판매직에 최저임금 미달자가 몰려 있었다. 대기업보다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여성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많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 수라는 점은 환영하지만 노노동자들이 요구한 1만원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며 “최저임금은 최저선이지, 기준 임금이 아니다. 이제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 공동대표는 이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이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 중 3조원 안팎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16.4%)과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 간 격차(9%포인트)의 상당 부분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부가가치세 공제 확대 등 간접지원(1조원+α)을 합하면 전체 지원액은 4조원대가 된다. 앞서 정부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한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한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미달자를 위한 법안을 여럿 내놨다. 법안 상당수는 최저임금법 위반 업주에 대한 처벌강화, 최저임금 하한선 도입 등 제도강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법 위반 시 부과되는 벌금을 현행 ‘2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상 3000만원이하’로 높이자고 주장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은 더 강력하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차액을 사업주에게 대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10배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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