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정성이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필자는 올해로 임상 25년차 한의사다. 그동안 동네 개원의로 진료하면서 환자분들과의 소중한 추억과 보람도 많았지만 그중에도 가장 가슴 벅찬 순간들은 아마도 새 생명을 접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 또한 장성한 두 딸의 엄마이지만 갓 태어난 어린아이를 볼 때 가슴 설렌다. 특히 20여년 세월을 훌쩍 넘어서 예쁜 아이를 안고 진료실에 들어온 한 환자는 학생 때부터 생리통으로 내원했고 결혼 후엔 아이가 안 생겨서 난임의 원인을 치료했다. 한의학의 우수성과 의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다. 2000년 고령화사회를 시작으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가임여성의 난임과 불임으로 인한 출산율 저하다. 물론 출산율 저하의 원인에는 자녀양육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도 있겠지만, 의료적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생식건강 저하가 난임의 원인이 되며 결국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난임(불임)에 대한 사회와 국가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2006년부터 적극적인 출산지원 정책으로 2016년 기준 925억원이라는 정부 예산을 의과중심으로 집중투입,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으나 출산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또한 양방 난임환자의 치료중단의 원인 중 대다수는 치료과정에서의 고통(45%)이며 무분별한 시술로 인한 다태임신, 난소과자극증후군, 난소암, 우울증 등의 부작용은 난임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2차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난임치료의 본인부담금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난임치료 시술비 및 시술을 위한 검사, 마취, 약제 등 제반비용을 전액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국가건강보험이 오는 10월부터 양방 난임치료에만 적용·시행된다.

일반적으로 양방보다는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치료 선호도가 높다. 비록 정부 차원의 지원에서는 제외됐지만 그동안 여러 지자체 중심으로 한의 난임지원사업이 시행됐으며, 한약·침·뜸·약침·추나 등 한의약의 자연친화적 치료법을 이용한 난임사업을 통해 임신 전 배란불순개선, 임신과정의 착상율 향상, 임신의 유지 및 안전한 출산 등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도와서 임신성공률 25%, 치료만족도 88%로 나타났다. 또한 불임여성 630명 대상 불임 극복을 위한 의료기관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한의원 및 한방병원 이용률은 73.2%, 한약이나 침과 같은 한의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70%이상이었으며, 체외수정, 인공수정시술여성의 80% 이상이 한방진료를 별도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정부지원은 현재 전무한 상태다. 2016년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제11조의2에 ‘보건복지부장관은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보조생식술 등 난임치료에 관한 의학적·한의학적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난임시술기준 중 한의난임시술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법률적 근거는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아직 없다.

필자는 난임한의치료 확대를 위해 2009년 저출산대책을 위한 국회공청회를 시작으로 경기도한의사회 난임사업, 2016년도 한의 난임 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회공청회 등을 기획·주관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한의난임치료가 국민건강증진에 기여도도 크지만 많은 난임가족에게 보다 폭넓고 다양한 치료기회를 제공해 저출산 극복이라는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양방만으로 미흡한 난임치료를 한의약과의 상호보완을 통해 양방시술의 부작용 및 난임기저질환 치료를 통한 난임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 증진과 함께, 보다 효율적인 국가난임정책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의료 선택의 기회를 국가보험체제 안에서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국가저출산정책의 해결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쪼록 난임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에게 자연친화적 한의난임치료가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앞으로 이 땅에 우렁찬 아가들의 울음소리로 가득차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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