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가 페미니즘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
“초국가 페미니즘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
  • 최형미 여성학 강사
  • 승인 2017.07.19 16:16
  • 수정 2017-07-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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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미 마리아 탐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

인류학자이자 여성학자

초국가 페미니즘 적극 참여

과학기술 빠르게 발전하지만

군사문화 등 낡은 가치 담겨

여성의 가치 과학에 반영돼야

 

마리아 탐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는 초국가 페미니즘은 변화를 추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리아 탐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는 초국가 페미니즘은 변화를 추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시우미 마리아 탐(사진)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가 이화여대 아시아 여성학센터(소장 김은실)주관의 아시아 아프리카 여성 활동가들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 과정인 ‘제12차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 EGEP)’에 강사로 초대됐다. 탐 교수는 홍콩 차이니즈 대학 젠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여성학자이자 인류학자로서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초국가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를 만나 페미니스트 학자로 성장한 배경, 현재 페미니스트로서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 초국가 페미니스트 활동에 대한 비전 등에 관해 들었다.

-여성이슈와 젠더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학교에 다니면서 ‘정의에 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가톨릭 여학교에 다녔는데, 교장이나 선생님들 모두 여성이었고 훌륭한 롤 모델이었다. 그들은 여학생들에게 탁월하게 실력을 발휘하라고 독려했다. 동시에 특권을 누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에 뭔가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주 사회복지기관이나 양로원을 방문했는데 가족의 외면 속에 외롭고 무력하게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사회학, 철학, 그리고 사회 복지학 등을 공부를 하면서 사회복지사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지만 빈곤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자체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용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사회구조를 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인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다른 사회에 관해 공부를 하는 인류학은 마치 거울과 같다.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가 다른 문화를 만날 때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할까?’ 라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빈곤의 문제를 보면 사람들은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인류학은 지속적으로 시스템에 도전을 하면서 ‘우리가 구지 이렇게 살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며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인류학은 아주 파워풀한 정치적 도구다.”

 

마리아 탐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는 초국가 페미니즘은 변화를 추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리아 탐 홍콩 차이니즈대학교 교수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는 초국가 페미니즘은 변화를 추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왜 인류학과 젠더 이슈를 연결하게 되었는가.

“인류학 박사과정에서 중국 근대화에 관한 연구를 했다. 중국은 모택동 사망 후 1978년부터 등소평이 국가를 개방하며 ‘4대 근대화(농업, 공업, 과학, 기술)’를 추진했다. 나는 10년이 지난 후 근대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가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최초로 산업화가 이루어진 서코우(Shakou)지역으로 현장 연구(field work)를 나갔다. 공장 노농자들에 대한 연구였는데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하루에 12~14시간씩 조립 라인에서 현미경으로 물건들을 보며 조립하고 있었다. 그들은 17~18살에 공장에 왔지만 2~3년이 지나면 눈이 나빠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해고되어 다시 시골로 돌아가지만, 고향마을 사람들은 스물두서너 살이 된 그 여성들을 결혼하기에는 너무 늙은 것으로 간주했다. 여성들은 직장도 없고. 결혼하기에는 늙었고 가족은 그들을 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달랐다. 우선 남성들은 여성들과는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해고되지 않아, 40~50세 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28~29세가 된 남성들에게 결혼하기에는 늙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일, 가족, 결혼 등 모든 이슈에서 여성과 남성이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근대화를 이해하는데 젠더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이후 나의 모든 프로젝트에 젠더를 반영했다.”

-한국은 대학원 과정에서 여성학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동시에 젊은 세대들의 여성주의에 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처음 여성학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학문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 많은 페미니스트들을 훈련시킬수록 사회에 더 많은 ‘트러블 메이커’를 생산한다고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여성들은 브라를 태우고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여성들이 좋든 나쁘든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냈고, 이론과 방법론을 개발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기여해왔다. 더 이상 여성학이 학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하는 사람이 적다고 이유를 붙여 여성학을 축소하고 있다. 투자를 적게 하니 사람들이 적게 모인다고 여기지 않고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여성학을 축소시키고 있지 않은가?”

-초국가 운동에 관여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비전은.

“약 20여 년 전에 이화여대 장필화 교수를 중심으로 아시아 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함께 대화하고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책을 출간하는 일들을 했다. 그리고 함께 모여 페미니스트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이뤄졌다. 지금 나는 ‘이민’ 이슈가 중요하다고 본다. 홍콩 안에 살고 있는 남아시아 여성들은 중국인들에게 차별당하고 동시에 같은 나라의 남성들에게 차별당하고 있다. 그들을 사회적인 공간으로 불러내어 돕고 있다.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에 하나를 더한 것은 항상 둘 그 이상으로 풍요롭다. 특히 여성들의 만남 속에 이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초국가 페미니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역 페미니즘이든 초국가 페미니즘이든, 이것은 마치 바퀴와 같지 않나? 페미니스트들은 바퀴의 축 역할을 해오고 있어서 사실상 크게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보면 페미니즘은 엄청난 변화를 일구어냈다. 지금 기술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스카이프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만 그 안에서 내용들은 군사문화, 폭력 등 남성들의 상상력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은 초국가 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이다. 발전된 기술이 낡은 가치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공학도들에게 여성학을 가르쳐 돌보고 나누는 여성들의 가치가 과학기술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 초국가 페미니즘이란?

여성들간의 서로 다른 ‘차이’를 존중하고 ‘빅 시스터(big sister)’가 아닌 탈위계적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초국가적 연대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지배적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 담론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생산한다. 서로 다른 여성들을 만남으로써 자국의 문제를 성찰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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