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피해자 심리정서에 악영향

여성인권과 노동권 침해

 

최근 남도학숙의 한 여성 직원이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정서에 악영향을 미쳐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6일 전국 15개 지역에서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여성단체 등이 개최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토론회’에서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정서에 미치는 영향 및 불이익 조치 실태’를 주제로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대부분 불면증,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서울노동자회의 ‘직장 내 성희롱이 심리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2015년)에 따르면, 신체반응에서는 수면장애(64.0%), 두통(45.9%), 체중감소와 폭식(38.0%) 순으로 피해증상이 높게 나타났다. 정서반응에서는 응답자의 90.0%가 분노와 수치심, 76.0%가 두려움 및 불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행동반응과 인지변화에서는 응답자의 73.0%가 근로의욕 저하, 49.0%가 자신감 저하, 48.0%가 대인기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신 실장은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분노와 수치심, 두려움, 우울증, 무력감 등의 부정적 감정반응을 강하게 일으키고, 수면장애와 두통 등 신체반응에도 영향을 준다”며 “뿐만 아니라 근로의욕 저하, 자신감 저하, 대인기피, 집중력 저하 등 행동 인지에도 영향을 줘 직장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응답자의 13.0%가 사건 당시 순간기억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 실장은 “순간기억장애는 해리현상으로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피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라며 “성희롱 피해 여성 100명 중 13명이 순간기억장애를 경험했다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인생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범죄행위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겪는 피해자도 상당하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2016년)에서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들이 사건에 대한 감정을 다시 되살아나게 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또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거나 떠오를 때마다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회피하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이전보다 예민하고 화가 자주 난다’, ‘나는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등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 경험을 떠올릴 땐 스트레스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신 실장은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고 답한 피해자들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을 볼 때,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사회생활에 장애를 일으킬 요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경험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3%가 ‘매우 그렇다’, 41%가 ‘조금 그렇다’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 중 64.0%가 심리 상담을 필요하다고 답했다.

신 실장은 “피해자들은 성희롱 당시부터 분노, 수치심, 두려움과 불안 등의 정서반응과 근로의욕저하, 대인기피 등의 행동반응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아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는 퇴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구제 조항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피해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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