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학숙 여성 직원 A씨, 성희롱 문제제기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2차 피해 입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산업재해 인정받아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문제제기한 후 불이익 처분과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2차 피해를 입은 여성이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월 남도학숙의 30대 여성 직원 A씨가 낸 산재요양신청을 지난 6일 승인했다. A씨 측은 의사 진단서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것”이라며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지속된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질환을 악화시켰다는 증상을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장학재단 남도학숙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운영하는 장학시설로, 광주와 전남 출신 대학생 8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A씨는 2014년 4월 남도학숙 장학부에 입사한 이후 10월까지 시보기간 중 직속상관인 B 부장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B씨는 업무를 알려준다며 몸을 기울인 뒤 자신의 팔을 A씨의 가슴에 밀착시켜 신체 접촉을 하거나 A씨에게 “손난로를 손에 들고 다니지 말고 가슴에 품고 다녀라”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또 B씨는 회식자리에서 A씨에게 원장의 술·음식 시중을 들도록 지시했고, A씨가 이러한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하자 오히려 A씨에게 “술집여자” 등의 말을 내뱉었다.

이에 A씨 측은 2015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B씨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성희롱으로 인정된다”며 “B씨로 인해 A씨의 업무환경이 악화되고 A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입었으므로 B씨에게 인권위 주관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성희롱을 문제제기 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인권위로부터 B씨의 성희롱 인정을 받아낸 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기 전인 2014년 11월경 남도학숙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원장은 A씨에게 ‘트러블메이커’ ‘형편없는 사람’ ‘그렇게 하려면 사표 쓰고 나가라’ ‘잘하지 않으면 업무로부터 배제할 것’ 등의 폭언을 하며 사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남도학숙 측은 A씨가 여러 차례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렸음에도 2015년 9월 인권위의 분리조치 권고가 있기까지 수개월 간 성희롱 가해자인 B씨와 피해자 A씨를 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인권위 분리조치 권고 이후에는 오히려 A씨를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으로 격리시켰다다.
남도학숙 측은 A씨가 여러 차례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렸음에도 2015년 9월 인권위의 분리조치 권고가 있기까지 수개월 간 성희롱 가해자인 B씨와 피해자 A씨를 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인권위 분리조치 권고 이후에는 오히려 A씨를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으로 격리시켰다다.

 

성희롱 문제제기 후 A씨는 유리로 된 독방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등 2차 피해를 입어야 했다.
성희롱 문제제기 후 A씨는 유리로 된 독방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등 2차 피해를 입어야 했다.

또 사측은 A씨가 여러 차례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렸음에도 2015년 9월 인권위의 분리조치 권고가 있기까지 수개월 간 성희롱 가해자인 B씨와 피해자 A씨를 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인권위 분리조치 권고 이후에는 오히려 A씨를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으로 격리시키기까지 했다.

날이 갈수록 직장 내 따돌림은 심해졌다. 인권위 조사를 통해 B씨가 성희롱 가해자로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서 동료직원은 학숙 자율회장과 재사생들에게 ‘정확하게 진실로 밝혀진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충격을 받고 지난해 8월 근무 중 공황발작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A씨가 사무실 쓰레기통에 걸려 크게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당시 동료들은 넘어진 A씨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고, 사측은 이를 ‘자작극에 의한 사고’라 보고 A씨가 허위로 119에 신고했다고 여겼다. 사건 이후 당시 사측은 A씨를 고충처리위원회에 부르거나 조직질서 저해, 업무저해 및 명예훼손으로 인사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넘어진 사건을 업무 중 사고로 인정했다.

또 지난해 12월 말경 A씨가 사전 동의를 얻어 병가를 내고 치료 중이었음에도 사측은 갑자기 사내 규정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A씨의 병가 승인을 반려하기도 했다. A씨는 각종 괴롭힘과 2차 가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이후 휴직한 상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심각한 고통과 업무방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희롱 피해를 문제제기한 이후 불이익 처분이나 직장 내 따돌림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응답자 103명 중 58명(57%)이 성희롱 문제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다.

‘파면, 해임, 해고, 그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과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이 각각 5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보, 전근,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밖에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가 29.3%로 뒤를 이었다. 이어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의 차별과 임금·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20.7%), 징계·정직·감봉·강등·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19.0%), 교육·훈련 등 기회 제한 등 근무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치(13.8%) 순이었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이는 성희롱 피해자들이 성희롱 피해뿐 아니라 성희롱 행위자나 동료 등에 의해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거나, 인사 상 불이익을 경험하며 고용단절과 신체·정신적 손상까지 겪어 2차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으로 ‘산재’ 인정을 받는 경우는 매우 힘든 일로 알려졌다. 송예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직장 내 성희롱을 입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질환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피해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신청을 해도 승인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는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A씨 사례는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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