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적 가족정책 위해선

다양한 가족 구성원 포함하는

여가부 부서 조직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평등·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다. 그런데 기능 확대 방향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부처 규모 확대 관련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내각 자체가 완전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존 2실 5국이라는 소규모를 그대로 놔두고 기능 확대를 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설마 여가부 공무원의 1인당 업무량이나 근무시간을 현재보다 몇 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일까? 그러지는 않겠지만, 조직과 인력 확대의 구체적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해 본 말이다. 그렇다면 여가부 조직과 규모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부서 명칭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여가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명칭의 한글과 영문이 눈에 띄게 다르다. 영문 표현이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이다. 영문대로 하자면 성평등·가족부가 되어야 한다. 전형적인 여성 영역으로서 가족이 아니라 성평등 지향 영역으로서 가족을 지향하는 부서다.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1년 여성부가 출범했다. 그 후 2005년 여가부로 명칭 변경 및 조직 확대를 시작했을 때 ‘성인지적 가족정책’ 개념이 나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가부는 성평등이 실현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이념지향적 조직으로서 로드맵을 갖고서 탄생했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가족정책은 한부모·다문화 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축소되었다. 성인지·성평등 개념도 사라졌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집안일 하는 여성, 돈벌이하는 남성, 그리고 자녀’라는 성별노동분리에 입각한 핵가족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다. 가족 형태의 다양성이 화두다. 개별 가족구성원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국 단위로서 가족의 기능을 회복하는 가족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태어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적 돌봄 기회가 부족하거나 여성의 독박육아가 뻔한 상황이라면 이제는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늘어나는 비혼 추세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 구성 자체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일·가정 양립을 여성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을 뿐 아니라 혼인관계 해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엄마가 24시간 그리고 평생 돌봐야 하는 장애자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족은 붕괴한다. 노인돌봄을 점점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05년 성인지적 가족정책 개념을 갖고서 여가부로의 확대 개편이 있었을 때에는 조직 규모나 역량에 비해 이념지향적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부각되었다. 사회적 변화, 가족형태 다양성이 지금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과 사회가 성인지적 가족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자녀와 노부모를 성평등하게 돌볼 수 있는 가족정책을 국가가 아닌 가족과 사회가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요구를 외면한 결과가 지속적 저출산, 세대 간 갈등 심화, 그리고 가족의 붕괴이다.

성인지적 가족정책을 이념과 정책으로서 실천하려면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정책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부서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 성평등 관점을 기본으로 하면서 영유아, 아동, 청소년, 부부, 노인 등 가족 구성원을 포괄하는 가족정책 부서로서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여가부(성평등가족부) 기능 확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기능 확대 공약 실천을 통해 이제 다시 성평등 가족의 모습을 지향하는 이념적 정책 부서로서 여가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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