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네이버에 연재되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이하 군바리)는 ‘여자도 군대가라’라는 ‘일부’ 남성들의 로망을 담은 웹툰이다. 웹툰에 조예가 깊어 조금만 재미있어도 열심히 보는 편인데, 이 웹툰은 몇 달 만에 때려치우고 말았다. 그럼에도 군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웹툰이 ‘여자도 군대가라’라는 남성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해서다.
군바리의 내용은 이렇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여성도 군대를 가는 나라가 됐다. 웹툰의 주인공 성수아는 2007년 현역 1급 판정을 받고 입대한 뒤 의경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이 웹툰의 주요내용이다. 군바리가 가장 거슬렸던 건 지나치게 큰 그녀들의 가슴이었다. 만화에는 어느 정도 판타지가 들어있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군에 가는 여성을 다루는 데 있어서 큰 가슴을 강조하는 건 문제가 있다. 진짜로 여자들이 입영을 위한 신검을 받는다면 D컵 이상 되는 여자들은 면제되거나 낮은 등급을 받아야 맞는데, 성수아는 다른 여자들이 “젖소”라고 할 만큼 큰 가슴을 가졌음에도 당당히 합격한다. 성수아뿐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가슴이 큰데, 이런 애들이 맨가슴으로도 어려운 훈련을 너끈히 소화하는 건 지나친 판타지다. 게다가 이들은 훈련이 없는 동안에는 수시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팬티가 다 보이도록 다리를 쩍 벌리고 있거나, 큰 가슴을 드러내며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강조되는 건 여성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기보다는 눈요깃감이나 되고 말 것이라는 시각이 담긴 게 아닐까. 다른 웹툰에 비하면 그다지 신선하지 못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웹툰이 늘 조회 수 최상위권에 드는 이유다.
실제로 여성 징병제가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웹툰의 작가와 독자들이 대한민국의 대표가 아닌, 일부에 불과할지라도, 군대에 간 여성들이 그저 성적인 대상이 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징병제가 아닌 지금도 여군은 계급여하에 무관하게 성희롱, 성폭력의 대상이 된다. 기사 하나만 보자.
[해군본부 소속인 A 대위는 4월 24일 오후 5시 40분께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헌병대는 A 대위가 최근 민간인 친구에게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파악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직속상관 B 대령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B 대령은 술자리에서 A 대위를 저항 불능 상태로 만들어놓고 성폭행한 것으로 군 사법당국은 보고 있다. B 대령은 A 대위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 물론 빙산의 일각이다. 군대 자체가 원래 보안이 철저한 곳인데다, 성폭행 사실을 까발리는 순간 해당 여군은 더 이상 군에 있을 수 없으니까. 여군끼리 따로 격리시켜 놓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 사단장 쯤 되는 이가 “너희 부대에서 예쁜 애들로 넷 차출해 와”라고 명령한다면 거기에 불복할 군인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비단 성범죄 말고도 여성들이 감당해야 할 장벽은 곳곳에 존재한다. 전투라는 게 아무래도 남성들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라는 통념상 여성들은 전투병과가 아닌 일에 배치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여군이 수십만이나 있는데 왜 남자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 하느냐? 그 중 일부를 각 부대에 배치해 밥을 짓게 하자. 그러면 전투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곧 모든 부대의 취사병은 여성으로 충원된다. 같은 이유로 부대 청소와 빨래 등을 전담하는 여군이 등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은 해당 부대의 사병들로부터 성추행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왜 군대를 가야 할까? 그러니 여성이 군대에 가야 성평등이 된다는 말보다, 성평등이 먼저 돼야 여성이 군대에 갈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타당해 보인다. 참고로 여군을 그저 성적 대상화하기 바쁜 군바리는 웹툰 폐지를 해달라는 청원에 시달리고 있지만, 2017년 6월에도 여전히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가슴 큰 여군이란 판타지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남성들이 많은 탓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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