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7.07.15.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한 '제18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7.07.15. ⓒ뉴시스·여성신문

2017 ‘제18회 퀴어문화축제’ 둘째날인 15일, 서울 도심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젠더, 국경, 인종, 연령, 장애를 초월해 모인 사람들은 웃고 걷고 손을 잡고 키스하고 춤을 추며 축제를 만끽했다.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종로를 지나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퀴퍼’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래에 맞춰 목탁을 두드리며 춤을 추는 조계종 스님들을 바라보며) 한때는 종교인들을 저주했어요. 제가 크리스천이었거든요. 부모님 때문에 교회에 다녔어요. 내가 남자를 사랑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교회를 박차고 나왔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종교가 성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억압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저 같은 사람들이 희망을 거두지 않았으면 해요. (...)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 같은 사람들, 우리와 연대할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 하랑·이언(가명, 대학생)

 

“한국의 모든 성소수자들을 응원합니다. 사랑엔 국경이 없죠!(Love knows no borders!)” - 미아 (관광객, 폴란드)

 

“우리는 바이섹슈얼이고, 청소년들에게 역사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예요.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지보다 사람들 간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어요. 캐나다에서도 성소수자들은 학교, 일터, 직장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한국인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내고 존재를 드러내야 하죠. 우리의 인권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니까요.” - 안나·캐서린(여행자, 캐나다) 

 

15일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15일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 최대의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서울광장엔 총 101개 부스가 설치돼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사회·인권·종교단체와 미국·영국·호주 등 13개국 대사관, 구글코리아·러쉬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 등이 참가했다. 특히 국가기관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대 집회도 열렸다. 

▶ [2017 퀴어문화축제] 지금 당장, 내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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