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트제주2017에서 한 관람객이 제주지역 여성 화가인 정혜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트제주2017'에서 한 관람객이 제주지역 여성 화가인 정혜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혜진 작가의 작품 곳곳에는 여성의 특유의 심성이 담겨있어요. 오방색을 주로 써서 화려해 보이지만 슬픔, 고뇌, 죽음도 함께 담겨있죠. 그러면서도 도발적이어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도 줍니다. 아픔도 슬픔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을 때 더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저는 생각했어요. 작가가 1958년생이시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로도 활동할 만큼 감각적이기도 하고요.”

이승수 작가의 조각작품은 호텔 로비와 연회장 곳곳에 전시됐다. 현무암 등 고향 제주의 물성을 잘 이용한다. 조형으로 완성된 해녀와 물고기는 현무암과 구리를 입고 살아 숨쉰다.

아트제주는 13일부터 16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 제주에서 열렸다. 6~7층 전 객실과 10층 일부 객실, 지하 공간을 행사장으로 사용했다. 기간 동안 국내외 50여개 갤러리는 약 2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제주도 바깥에서도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통영의 작가 전혁림 화백의 작품 가격을 궁금해하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경남 창원시에 온 마산아트센터 김창수 대표는 “한국 특유의 오방색 조합으로 작품을 그려내는 전 화백의 판화작품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시마다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판화작품 20점 1세트가 400만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20년 넘게 해변의 몽돌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중견 화가인 정동근 작가는 “몽돌은 현실적인 제 모습이고, 함께 등장하는 몽돌 이외의 소재는 꿈”이라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원래 각지고 모난 돌이 깎여서 둥글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른 모습들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초이앤라거 갤러리, 아트웍스파리서울 등 유명 갤러리도 참석했고, 화랑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들도 선보여 2회차 아트페어임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게 제주지역 문화예술업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

강명순 아트제주 대표는 “아트제주2017은 무엇보다 작품을 전시하고 매매하는 아트페어인 만큼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는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대규모 아트페어는 국내에는 서울,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열리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아트제주가 유일하다. 특히 호텔 객실을 작품 전시장으로 꾸미는 ‘호텔페어’는 관광객들이 많은 제주도이기에 가능하다.

호텔 객실이라는 소규모 전시공간은 한계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아트페어의 특성상 장점으로 작용한다. 갤러리가 아닌 객실은 집과 비슷한 환경이기 때문에 작품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또 전시 공간이 수십 개의 개별 호텔 객실이어서 다른 관람객들과 분리된 환경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행사에는 가운데가 비어있는 원통형 구조인 하얏트리젠시제주호텔 특유의 건물 모양새도 한몫 했다. 객실이 모두 분리돼있지만, 동시에 서로 마주보는 구조여서 폐쇄되거나 산만해질 수 있는 행사에 응집력이 생겼다. 관람객들이 안내 직원의 도움없이도 자연스럽게 모든 객실을 방문해 작품을 관람하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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