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현진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

구두 디자이너 출신 블렌딩 티 전문가

사표 내고 떠난 영국서 ‘티’에 빠져

‘시트러스러브’ 국제미각상 수상

목표는 ‘한국형 블렌딩 티’ 수출

8월 말 서울에 단독 매장 오픈

 

성현진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국형 블렌딩 티’ 수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현진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국형 블렌딩 티’ 수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Best”

지난 6월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는 성현진(35)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에게 메달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성 대표가 탄생시킨 블렌딩 티가 국제식품풍평회(iTQi)가 주최하는 ‘2017 국제미각상대회’(Superior Taste Award) 차(tea) 부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별 3개를 받았다. 차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다. 또 다른 제품도 별 2개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에 수상한 제품은 모두 ‘블렌딩 티 전문가’인 성 대표 작품이다. 최고점수 별 3개를 받은 ‘시트러스 러브’는 비타민이 풍부한 레몬머틀과 루이보스, 제주도 귤피 등을 함께 섞었다. 은은한 시트러스의 맛과 향이 더해진 ‘허브 블렌딩 티’다. 별 2개를 받은 ‘티밥’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구수한 향미를 내기 위해 루이보스 베이스에 볶은 찰보리와 캐모마일을 섞었다. 티밥은 2015년 GTA(Gold Tea Award) 허브티 부문에서도 1등을 수상했다. 두 제품 모두 티앤에이치코리아의 블렌딩 티 브랜드 ‘큐가든’을 대표하는 블렌딩 티 제품이다.

 

지난 6월 국제미각상을 수상한 성현진 대표가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에게 메달을 받고 있다. ⓒ티앤에이치코리아
지난 6월 국제미각상을 수상한 성현진 대표가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에게 메달을 받고 있다. ⓒ티앤에이치코리아

“가족 모두가 마실 수 있는 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입맛이 다 다르잖아요. 그러다 어렸을 때 즐겨먹던 강냉이가 생각났어요. 구수한 맛은 누구나 좋아하는 ‘스테디셀러’잖아요. 간식이나 다이어트 대용으로 티를 ‘밥’처럼 즐기게 하자는 생각에 이름도 ‘티밥’으로 지었어요. 개발하면서 지역별 곡물이란 곡물은 다 먹어본 것 같아요. 찰보리, 검은콩, 율무…. 찰보리가 구수한 게 딱 맞더라고요.”

블렌딩 티는 산지나 재배 방식이 서로 다른 찻잎을 새롭게 혼합한 차를 말한다. 녹차, 홍차 등 단일 차와 달리 블렌딩 티는 재료 간의 조합 비율과 레시피의 독창성이 특히 중요하다. 티 블렌더 자격증을 소유한 성 대표는 블렌딩 티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직접 원서를 찾아가며 주재료를 공부하고, 제주도 등 전국의 다원을 방문해 여러 식재료를 직접 맛보기 때문이다.

현재 성 대표는 전 세계 각국의 찻잎과 한국의 특산물을 혼합한 이른바 ‘한국형 블렌딩 티’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동서양의 만남과 조화’다. 왜 하필 블렌딩 티일까? 성 대표는 “수많은 차를 마셔봤는데 제 입맛에는 별로 안 맞았다”며 “블렌딩 티를 먹는 순간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차와의 인연은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시작됐다. 사실 성 대표는 서울 성수동에서 5년 넘게 일한 구두 디자이너 출신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12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원에서는 디자인&브랜딩 전략을 공부했다.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는 ‘디자인 경영학도’였던 셈이다.  

“영국 사람들은 차를 거의 물처럼 마셔요. 그런데 저는 공부 때문에 매일 같이 커피를 마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부르르 떨리더라고요. 커피 대용으로 마실 수 있는 차를 찾았죠. 일반 차는 제 입맛에 안 맞았고 ‘블렌딩 티’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차를 별로 마시지 않는 한국 사람들도 차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죠.”

 

성현진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현진 티앤에이치코리아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때부터 성 대표는 국내 차 시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리긴 했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블렌딩 티’를 개발하면 일명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명동‧이태원 등을 다니며 대중의 입맛을 꼼꼼히 분석했다.

“블렌딩을 할 때는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해요. 아주 정교한 작업이라 0.01g만 다르게 넣어도 차 맛이 달라지거든요. 보통 허브, 찻잎, 곡물, 과일 등 여러 가지 종류를 혼합해요. 그래서 티를 개발할 땐 먼저 컨셉부터 잡았어요. 개발한 후에는 플리마켓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죠. ‘맛있다’는 말이 나오면 정말 뿌듯했어요.”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계도 최근 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티바나’로 투썸플레이스는 TWG와 계약을 맺고 국내 차 시장에 진출했다. 공차‧오설록‧오가다 등 차 전문매장도 늘고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문을 연 큐가든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큐가든만의 독창적인 맛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국내 블렌딩 티 같은 경우는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처럼 개인 사업을 해서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가도 그만큼 싸고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큐가든은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 7곳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진 블렌딩 티를 개발했다. 성현진 대표가 티를 테스팅하고 있다. ⓒ티앤에이치코리아
큐가든은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 7곳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진 블렌딩 티를 개발했다. 성현진 대표가 티를 테스팅하고 있다. ⓒ티앤에이치코리아

현재까지 큐가든에서 판매 중인 티는 총 21개다. 로즈버드, 콘플라워 등 여러 종류의 꽃잎과 블랙티를 블렌딩한 ‘플라워가든’부터 베르가못향과 카라멜향이 특징인 ‘바밤바 얼그레이’ 밀크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국내 유명기업에서 차 종류를 모두 맛보고 파트너십을 제안할 정도로 맛에는 정평이 나 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에서는 ‘버라이어TEA in SEOUl’ ‘수제 밀크티’ 등 3개의 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버라이어티 인 서울’은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 7곳을 선정해 각 명소와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진 블렌딩 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수백 번의 테이스팅과 레시피 수정을 거쳐 광화문‧홍대‧한강‧이태원‧강남‧동대문‧남산을 상징하는 티가 탄생했다.

오는 8월에는 큐가든의 모든 티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직영 매장을 오픈한다. 성 대표는 “국내에 차를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직접 매장을 열게 됐다”며 “당분간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블렌딩 티’ 수출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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