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피우진 중령은, 재직 시에 유방암에 걸립니다. 유방암에 걸려서 강제전역을 당하고 그리고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운 뒤에, 부당한 강제전역이 철회됩니다. 그런데 그 부당한 강제전역을 결정한 인물들이 누구인지 왜 아직도 국민들은 모를까요. 부당함을 당한 사람 이름만 있고, 더 중요한 이름은 드러나질 않았습니다.

피우진 중령을 강제 전역시키려고 했던 남군인들, 피우진 중령의 휘하 여군들을 강제로 술자리에 접대부처럼 불러대던 남군인들, 피우진 중령의 아픈 몸을 검사하고 돌아서자마자, 키득대며 조롱했던 하급 남군인들. 이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있는 군인에게 사실상 업무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규율을 어기며 해이한 군인의 복무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무리 없이”, “무사히 아무 처벌 없이”, 군에 남아 있었을까요?

피우진 중령을 “위로”하기 위해서, 혹은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에 항거하는 목소리를 “들어주기”위해서 능력이 안 되는 인사를 한 게 아니라면, 피우진 중령의 국가보훈처장 인사와 과거 군기강을 해이하게 만든 인사들의 죄책여부를 따지는 일은 별개의 일이 되어야 합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입니다. 민주가 꽃을 피우려고 하던 시절인데, 나이트클럽에 하사관들을 예쁘게 사복 입혀 내보내라고 한 군사령관은 누구이며, 이 사람은 그 뒤로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군 조직입니까. 우리에게 왜 지금 피우진의 이름만 남아있는 겁니까. 정작 국방을 위협하는 인물은 이런 인물인데, 군 조직은 아직도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 계획이 없습니까?

이것은 근본적으로 군의 기강해이 문제이며, 중령의 윗 계급에 그토록 정신상태가 해이한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면, 그보다 더한 성범죄나 군비횡령은 없었는지 알아내야 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이 문제에 대한 알권리가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혈세를 냈고, 그 혈세에서 그들의 보수가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국가, 그리고 그 국가를 지키는 국방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입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어느 정도 썩어서 현직 군인에게 국방의 의무에 충실할 시간에 술시중을 들게끔 했는지, 현직 군인에게 왜 신체검사를 한 뒤 조롱을 하였는지, 그 태도와 업무태만, 위법사항들에 대해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군 기강을 이렇게 해친 자들이 계속 군인일 수 있었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군조직 자체의 문제가 아닌가..진지하게 되짚어 봐야 하겠습니다. 또한 계간(동성 성폭행)을 비롯해, 이성간 성폭행과 성희롱, 지휘관의 성매매, 그냥 폭행, 폭언, 강요된 행위 등의 처벌상황도 사실 그 실태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나오면 놀라게 되는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혈세는 군비로 흘러갑니다.

바야흐로, 술시중에 불려나가는 부하들에게 전투복을 입혀야 했던 피우진 중령이 보훈처장이 되고, 여러 분야에서 성평등이 이뤄지는 민주의 시대가 무르익어 우리 앞에 놓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저 술시중 들게 하고 상관의 벗은 몸을 조롱하던, 남군인들은 무사합니다. 잘못의 댓가를 어떻게 치르고 살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군에, 정말로 여성의 자리가 있는 것이 맞습니까. 여성이 군에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도 괜찮은, 정상적인 군이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까. 여성을 군에 동등하게 허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닥친 저 드러난 문제부터 다시 짚어봐야겠습니다. 여군인에게 술시중 들게 하는 남군인이 여전히 군인일 수 있는 조직이 정말로 합당한 것인지.

올해만 하더라도 성폭행당한 해군 여 대위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직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추정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최초의 해군 여성 함장과 편대장이 탄생했지요. 그런데 우리에겐 여전히,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하는 남 군인들의 이름과 처벌이 필요합니다. 이는 군사법체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또 군 조직이 청렴하냐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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