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인권단체, 대구민중과함께 등 60여개 단체는 10일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여성신문 기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인권단체, 대구민중과함께 등 60여개 단체는 10일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은주 여성신문 기자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 규탄 기자회견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0곳 참여

“2차 피해방지, 가해자 처벌 이뤄져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0여개 단체는 지난 6월 발생한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과 관련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2차 피해 방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을 비롯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인권단체, 대구민중과함께 등 총 60여개의 단체가 함께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사과했다. 50주년을 맞는 대구은행의 부적절한 기업행태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여성계 또한 “박 행장의 사과는 진정성이 결여됐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는 고용상 불이익을 받고 가해자는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피해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후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은 박 행장과 인사부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정도 면담을 가졌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면담에서 “피해자들의 인권보호와 2차 피해방지, 직장 내 성희롱 실효성 제고, 가해자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 등을 제안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며 “논의 후 19일까지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10일 대구은행에서는 직장 상사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비정규직이었고 가해자는 책임자급이었다. 대구은행 본점 인사부 감찰팀은 피해여직원들과 가해자들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였고, 가해자 4명에게 대기발령을 냈다.

피해여성들은 수시로 입맞춤 등 성추행을 당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부에 사실을 알리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현재까지 관련 피해자는 3명으로 알려졌으나 조사하면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커지자 박 행장은 지난 7일 대구은행 제2본점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 행장의 사과와 달리 조사과정에서 피해여성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등 여전히 성 차별적인 문제가 드러나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30여년 전 대구은행에서 근무하다 결혼과 함께 퇴사한 A씨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여성직원의 치마를 들추거나 뒤에서 안고 브래지어 끈을 당기는 등 성희롱 문제가 심각했지만 지금처럼 인권의식이 높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결혼으로 은행을 퇴사한 B씨 또한 “이 외에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 사건들이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자들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성이 남성을 꼬셨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고위직으로 퇴사한 남성 C씨는 “남성들도 문제가 있지만 꼬리를 흔드는 여성들이 문제”라고 일축했다.

현재 대구은행은 전국 254개 지점을 두고 있다. 정규직 남성 1700여명, 여성 1500명이 근무하며 파견직은 96명이다. 정규직 외에 파견직, 2년 계약직, 무기계약직 등의 고용형태로 이뤄져 있다. 계약직은 경비와 청소업무를, 파견직은 본점에서 은행 업무 등을 보조한다. 파견직 96명 중 여성 9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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