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향한 ‘막말’에

노동단체 일제히 사과와 사퇴 촉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이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이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밥하는 아줌마를 왜 정규직화해야 되는가”라고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노동계가 강력 비판하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이 뒤늦게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SBS는 취재 후일담을 인터넷 기사 형태로 소개하는 ‘취재파일’을 통해 이 원내수석부대표가 자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그 아줌마들이 뭔데? 그냥 동네 아줌마거든요, 그냥. 사실 옛날 같으면 그냥 아줌마들 이렇게 해 가지고 조금만 교육 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돈 좀 주고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그 따는 진입 장벽 정도가”라고 했고, 파업에 참가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해 “미친X들이야, 완전히… 우리나라는 이래 갖고, 이게 나라가 아냐, 나라가"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파업권을 행사한 노동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이자 급식조리사는 물론 간호조무사와 요양사를 폄하한 ‘막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 아줌마’라는 발언에선 기혼여성 전체에 대한 비하도 담겼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0일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학교 비정규직의 95%가 여성이며, 이들의 숙련된 노동이 학교 현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언주 의원이 노동자에 대한 차별, 특히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과 여성혐오적인 인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이어 “이언주 의원은 여성이 하는 노동은 ‘부가가치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 하는 하찮은 일이라는 성차별적 인식을 깊이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으로는 국민을 대표하기에 너무도 부족하다”면서 “특히 지금도 차별받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성차별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발언의 당사자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9일 “수구정치인들의 ‘귀족강성노조’ 등의 막말은 들어봤어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향해 이처럼 비하적인 발언을 한 정치인은 여성 정치인 이언주 의원이 처음”이라며 “이 의원의 막말을 민주화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허용되기 힘든 반교육적, 반노동적, 반여성적인 폭력으로 규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은 해당 망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하라. 또 이 의원은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강조였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노동자들과 일선 노동 현장의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며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함께 국민의당의 제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잇따른 비판에 대해 10일 “아이들 굶겨 가면서 (파업)하는 것에 대한 부모님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며 “정식 인터뷰가 아닌 사적인 대화를 여과 없이 보도한 SBS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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