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64%가 산림, 휴양·치유 공간

예산은 0.5% 수준… 정책적 소외

 

새 정부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절실

투자 늘리면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산림은 ‘국가산업’, 긴 안목서 키워라

 

산림조합중앙회가 강원도 강릉시 임업기계훈련원에서 연 숲 가꾸기 실무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기계톱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가 강원도 강릉시 임업기계훈련원에서 연 숲 가꾸기 실무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기계톱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숲이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휴양과 치유 등 국민건강자산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림이 매년 국민에게 주는 공익적 혜택을 가치로 수치화하면 연간 126조원이나 된다.

하지만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정책 지원은 크게 부족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임업계와 산림산업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금과 같은 산림정책으로는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가 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산림을 활용한 복지와 환경, 일자리, 공공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산림 경영인들의 소득안전망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올해 산림청 예산은 2조111억원으로 국가 총예산 414조원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산림의 위기는 산림 분야만의 위기가 아니다. 환경의 위기이자 복지와 일자리의 위기,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새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숲을 일자리와 휴식 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갈길은 까마득하다. 정부는 현재 산림에 대한 투자 확대부터 핵심 자연자원 육성, 산림을 활용한 맞춤형 일자리, 국민 여가공간 조성,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까지 여러 정책을 내놓은 상태다.

산림 전문가들은 산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거듭 지적한다. 우선 산림 예산을 1%까지 끌어올려 4조원 가량을 산림과 임업에 투자하라는 주문이다. 산림분야 예산을 늘리면 연간 7만3000개 양질의 일자리, 5조4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산림이 돈이 되는 일터이자 온 국민의 쉼터, 활력 있는 삶터라는 인식은 강하다. 그런데도 정책 지원이 크게 미흡한 것은 산림이 대차대조표상 이익을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가 대통령 임기 내에 나타나기 어렵다보니 국가경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박범진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잠재적 수익을 지닌 산림은 단선적 시각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 국가산업”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산림청은 경제 부처이지만 산림 자원이 화재로 소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뿐 아니라 대국민 산림복지 서비스까지 업무가 산적해 있다. 예산은 없는데 일은 많은 이중고를 겪는 셈”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산림의 소득 창출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유림 경영을 대표하는 산림조합은 산림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산불과 자연재해로부터 임목자원을 보호하고 산림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임목재해보험을 요구하고 있다. 또 농업직불제와 경관보전직불제와 같은 임업분야 직불제 도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 정책이 도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원 확보도 쉽지 않지만 산림녹화와 보존 중심의 국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와 함께 관행적 임업과 산림 경영인의 고령화 역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장애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위기의식을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입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산림과 문화, 산림과 서비스가 결합된 융복합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모색 중인 임업인들이 많다”며 “특히 그 중심에 여성들이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산림 분야에서 임산물 유통과 가공, 문화와의 융복합이 늘면서 여성 임업인들의 활약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만 보자. 전남 순천시 김혜영씨는 먼나무와 홍가시나무, 금목서와 은목서 등 특수 묘묙의 양묘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강원도 화천군 조순정씨는 곰취와 산나물 재배로 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절임식품을 개발해 억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 이형순씨는 산림 30ha를 경영하며 표고자목 생산과 재배, 떫은 감 재배와 곶감을 생산하며 소득을 내고 있다. 경남 남해군 이나미씨 역시 황칠나무 재배와 가공식품으로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얻는 것은 물론 지역 대학과의 산학 연구로 황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임업인 양성을 책임지는 산림조합 역시 조합 구성원 내 이사, 임원, 대의원의 여성 참여를 보장하는 여성임원할당제와 여성 임업인을 위한 교육과 연수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회장은 “여성 임업인들이 기존 목재생산 위주의 산림산업에서 벗어나 고소득 단기소득 임산물과 기능성 임산물로 산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청정 임산물에 대한 수요 확산과 임산물 재배기술 발전으로 산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어나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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