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학교서 여자교사 성희롱
“영웅 심리 따른 학생 장난” 아냐
성범죄는 가해자 성적 의도와
상관없이 명백한 범죄로 성립돼
그간 치마입은 교사를 도촬하거나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하고, 혹은 어깨를 감싸안는 행위를 하는 등 교사에 대한 성희롱은 무수히 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주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다. 임신한 여교사가 가장 섹시하다는 술자리 야설감도 못되는 말이 버젓이 책으로 출판되는 세상이니 그저 무신경하게 대응해온 결과다.
이 사건을 통해 본 교실 현장은 성적 비하로 가득 찼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동안 열한명의 학생이 옷 위로 신체 일부를 만지며 수업을 방해한 것이다. 일부 학생은 그 자리에서 사정을 했다는 소문이 돌아다닌다. 이 부적절한 행위에 가담한 학생은 “선생님을 놀려줬다”고 다른 반 친구에게 말했다. 일련의 행위과정을 보면 교육청 진상조사 결과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음란한 행동이 아니라 영웅 심리에 따른 학생들의 장난”으로 판단한 것은 행위를 한 학생의 심리 수준에서는 맞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건의 심리 결과 이를 영웅심리라는 말로 변호해주는 것이 맞는가. 영웅이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해서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말한다. 중학생쯤 되면 남자로써 교실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성행동을 하는 것이 ‘영웅’적 행동이란 말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니 선생님을 놀려줬다는 말을 자랑스레 하는 것이다.
교사는 병가나 심리 치료를 권장받았으나 거절하고 오히려 본인의 경솔한 행동으로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학생들이 처벌받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교사가 왜 미안해야 하나. 왜 가해자는 떳떳하고 피해자는 숨어드는 전형적 성폭력 사건의 전형성을 그대로 재연하는가. 왜 성범죄는 가해자의 성적 의도와 상관없이 범죄로 성립된다는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가.
청소년의 성폭력 가해와 침해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교사의 학생에 의한 성희롱이 몇년새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이 시점에 바른 지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일까. 아직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10대, 그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좀 더 명료한 철학과 지침을 바탕으로 처리해 가해자는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료히 알고 적절히 반성하며, 피해자는 피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회복적 사건 처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