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기간 땐 병원 찾지 말라?

그래도 북유럽은 최고 복지국가

 

평소 복지는 인생주기별 삶의 질

유지하도록 촘촘히 갖춰져 있어

복지국가 두 얼굴… 본질은 세금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여성신문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여성신문

7월 북유럽 국가들은 관광객이 현지 주민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대조를 이룬다. 대다수 기업과 공공기관이 휴가 중이고 관광산업만 성수기를 맞기 때문이다. 기업과 관공서들은 최소 인원만 남기고 휴가를 떠난다. 정부수반인 총리까지 휴가에 들어가 외국정상이 방문을 해도 총리대행이 국빈을 맞을 정도로 공직자뿐만이 아니라 온 나라 전체가 휴가 중이다. 국민 대다수는 휴가법에 따라 5주의 유급휴가를 즐긴다.

문제는 휴가기간 때 몸이 아플 경우다. 여름감기라도 걸려 병원을 찾으면 아예 의사를 만날 수도 없고, 토사나 위경련 등으로 급히 병원을 찾으면 몇 시간씩이나 기다리다 간신히 차례가 돼 만난 간호사는 집에 가서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쉬라는 진단으로 허탈감과 배신감을 안겨준다. 응급실에 실려 가도 차례를 기다려 의사를 만날 때까지 최소한 몇 시간이 걸려야 가능하고 뼈가 골절됐어도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상황은 어디나 엇비슷하다. 생명에 위독한 병이 아니면 병원을 찾지 말라고 할 정도니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기초의료제도로 본다면 북유럽국가들은 국민의료보험이 잘 갖춰진 한국에 비해 훨씬 초라하고 비효율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휴가 때 발생하는 가정도난사고다. 장기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정도난사고도 함께 증가한다. 그 이유는 경찰도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떠났기 때문에 정상 근무하는 경찰관 수가 평상시보다 대폭 줄기 때문이다. 도난이 발생해서 신고를 위해 경찰서에 가면 몇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고, 전화로 신고를 하려고 하면 사람 목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하고 기계음으로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도 북유럽을 최고의 복지국가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중병이나 만성병, 혹은 가족 중 기능장애인이 있을 경우 절대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더 효율적이며 저렴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암이나 만성질환, 신체장애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 공공의료제도가 책임을 진다. 가족이나 본인이 직접 거의 무상으로 장기중병치료를 위해 공공의료서비스를 받고 나면 왜 높은 세금이 필요한지 절감한다.

또 다른 하나는 자녀가 일시적 질병이 걸렸을 때 유급으로 조기퇴근이나 결근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돼 있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존재다. 본인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경우가 생겨도 새로운 신체적 조건에 맞게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이나 직업교육제도도 무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높은 퇴직연금과 인생말년의 돌봄 치료도 복지의 순기능에 속한다.

휴가기간 동안 의료시설과 공공기관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지만, 평상시 국민이 누리는 복지는 인생주기별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촘촘히 갖춰져 있다. 복지국가의 두 얼굴인 셈이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두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면 본질은 역시 세금으로 귀결된다. 현재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재정을 국민세금과 기업법인세에 의존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세금이 확보되고, 기업이 활동해야 법인세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담세율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세금부담율 때문에 세금을 더 인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8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스웨덴에서 세금 인상을 놓고 좌파정권과 우파연합 정당들이 기싸움을 하는 걸 보면 왜 복지국가의 두 얼굴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국가주도형의 공공모델로 가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시장 모델은 양극화의 주범이다. 새 정부는 북유럽 모델을 따라 하려고 하지만 국민세금 저항도 만만치 않다. 부유세로 충당해 보려고 하지만 중산층의 저항으로 실패할 것이 뻔하다.

국가의 복지 재정은 국민과 기업이 내는 세금이 주요 재원이 된다. 세금을 덜 걷는 방법은 시장이 국가의 복지서비스를 어느 정도 분담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 빈부의 격차와 비례하고 요금 체계도 경쟁적으로 이뤄져 양극화가 이뤄진다는데 있다. 무엇이 더 우리 몸에 맞을지는 이제 정당들이 국민 앞에 제시해줘야 한다. 소모적 정쟁보다 정책적 경쟁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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