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 여성학④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983년 문 연 여성정책연구 전담기구

여성정책·양성평등 종합연구 수행하는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4번째 프로그램이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4번째 프로그램이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년 현재,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2030 ‘넷 페미니스트’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만들어낸 다양한 사회적 파장은 연일 대중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여성운동사의 분수령을 맞이한 때에, 다양한 세대와 주체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며 여성운동의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도 커졌다. 지금은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와 문제의식, 철학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때다.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장 속 여성학’ 네 번째 탐방 기관은 내년 설립 35주년을 앞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정연)이다. 기자들은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여정연을 찾았다. 여정연은 국내 여성정책과 양성평등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여성문제 전담 연구 기구가 필요하다는 여성단체들의 요구로 1983년 출범했다. 2007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하면서 여성정책과 성평등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여성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연구 외에 1년에 2차례 발간되는 여성 전문 학술지 「여성연구」와 계간지 「젠더 리뷰」를 발행하고 있다. 여정연 건물은 연구실과 국제회의장이 있는 본관을 비롯해 평등생활관과 직장어린이집, 자료실 등으로 이뤄져있다. 조직은 원장과 감사 등 임원진 아래 1개 본부(기획조정본부)와 5개 실(성인지정책연구실, 가족·사회연구실, 여성권익·안전연구실 여성고용·인재연구실, 창의행정실) 및 양성평등추진전략단으로 구성돼 있다.

35년 역사의 여정연에서도 특별한 공간은 1983년 개원 때부터 역사를 함께해 온 ‘여성정보자료실’이다. 긴 역사를 대변하듯 자료실에는 총 5만권의 각종 연구 자료와 학술지 등이 비치되어 있었다. 자료실 앞에서는 분기마다 ‘이달의 여성’을 뽑아 직원들이 오가며 볼 수 있게끔 전시해 놓는다. 자료실을 지나 건물을 나오면 한쪽에서 평등생활관과 직장어린이집 등을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장은하 국제개발협력센터 센터장, 박수범 연구기획·평가팀 팀장, 김은지 가족·다문화연구센터 센터장, 주재선 성별영향평가 센터장, 조선주 양성평등추진전략 단장, 박성정 기획조정본부장, 문미경 평등사회연구센터 센터장,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 센터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 장은하 국제개발협력센터 센터장, 박수범 연구기획·평가팀 팀장, 김은지 가족·다문화연구센터 센터장, 주재선 성별영향평가 센터장, 조선주 양성평등추진전략 단장, 박성정 기획조정본부장, 문미경 평등사회연구센터 센터장,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 센터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현장 속 여성학은 여정연 건물 회의실에서 박성정 기획조정본부장, 박수범 연구기획·평가팀 팀장, 장은하 국제개발협력센터 센터장, 조선주 양성평등추진전략 단장, 주재선 성별영향평가 센터장, 김은지 가족·다문화연구센터 센터장, 문미경 평등사회연구센터 센터장,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 센터장, 황애리 행정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여정연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행복한 미래사회 실현”과 “세계적인 수준의 양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을 목표와 비전으로 삼고 있다. 박수범 연구기획·평가팀 팀장은 “여정연은 국가 양성평등정책의 아젠다를 선도하고 정책연구의 국가 및 사회적 기여도 제고, 세계수준의 양성평등정책연구 브랜드를 구축하는 중장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중장기 발전 목표와 추진전략에 이어 여정연의 주요성과 및 활동과 중점연구방향, 향후 연구 사업계획 등을 소개했다.

여정연은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양성평등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의 재·개정 및 제도화에 힘써 왔다.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여러 부처를 지원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성정 기획조정본부장은 “최근 ‘저출산’ 문제를 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 추진하고 있다. 양 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 연구 내용과 목차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여성정책이 크로스커팅 이슈인 만큼 범 부처를 대상으로 정책현안과 정책과제 자문하고, 자료를 제공하거나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4번째 ‘현장 속 여성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방문한 기자들이 여성정보자료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번째 ‘현장 속 여성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방문한 기자들이 여성정보자료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정연의 중점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는 ‘성인지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예·결산제도’ ‘성인지 통계’ 등으로 나눠진다. 성인지 정책은 정책수립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 요인을 분석·평가해 정책이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예산지원이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성인지 통계는 성별로 인한 불평등한 현상을 보여주고 이를 철폐하고자 만들어진다.

2017년도 연구과제 중 하나는 ‘여성가족 빅데이터’다. 주재선 성별영향평가 센터장은 “정치적 이슈와 정부부처에 널려 있는 데이터를 통계 결합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통계와 통계처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붙이면 더 큰 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며 “행정기관 데이터와 소셜미디어상에서 움직이는 정보를 바탕으로 여성가족 관련 사안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정보자료실 옆에 위치한 ‘이달의 여성 아카이브’ 전시 공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정보자료실 옆에 위치한 ‘이달의 여성 아카이브’ 전시 공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에서는 ‘가족정책·저출산’과 ‘양성평등·대표성’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수행한다. 최근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냐는 질문에 김은지 가족·다문화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자극적이면서 여성을 폄하하는 내용을 댓글로 많이 다루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발췌해 ‘어떻게 하면 제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법을 제도화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성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의 안전과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각종 연구는 여성권익·안전연구실에서 담당한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올해 연구과제에 ‘성폭력·가정폭력 남성 피해자 지원현황과 정책과제’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 센터장은 “남성폭력 피해 대상은 소극적이거나 정형화된 남성 이미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성폭력과 가정폭력 자체를 ‘젠더폭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올해 진행해 연말에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성고용·인재연구실은 ‘일·가정 양립 확산’을 위한 기업문화 진단지표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정착시켜 근로문화를 개선하고 여성 생애주기별 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취업 취약계층 여성고용 정책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기업의 여성 관리자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해 일·가정 양립 확산을 위한 기업문화 진단지표 개발 연구와 청년여성의 직업훈련 참여실태와 정책과제 등을 연구 중이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부의 정책수립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여정연은 향후 새 정부의 3대 국정과제인 ‘저출산 대책’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박성정 본부장은 “여정연은 여성의 삶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 대한 연구를 사각지대 없이 해오려고 노력해왔다”며 “앞으로 정책연구 주제를 국민들로부터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정책 발전을 위해 함께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원장은 “일반 시민들에게 여성정책 관련 연구 내용들은 ‘접근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는 한편 “내년 35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수준의 양성평등정책 연구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성고용과 경력단절 문제, 여성폭력 예방, 여성혐오로부터의 양성평등, 전체 정책에서의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등 앞으로도 여성정책과 관련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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