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폭력사건 공대위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 피의자 되는 현실에 경종 울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사진은 성폭행 혐의로 4명의 여성에게 고소를 당한 박유천이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마친 후 퇴근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사진은 성폭행 혐의로 4명의 여성에게 고소를 당한 박유천이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마친 후 퇴근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당한 여성 A씨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유명연예인 박유천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5일 성명을 내고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남발에 경종을 울린 판결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낸 공대위는 “친고죄 폐지 이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이 무고와 명예훼손 피의자가 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배심원단과 재판부 판결에 환영을 표한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오전 10시 반부터 ‘박유천 성폭력’ 고소 여성의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자정까지 진행됐고, 7명의 배심원단은 5일 오전 2시 35분께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이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유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소가 객관적 사실에 반한 허위 고소가 아니며, A씨가 한 인터뷰는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대위는 “A씨는 경찰 진술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본인과 가해자(박유천)가 유흥업소 종업원과 손님으로 만난 위계적 상황에서 동의 없는 강제적 성관계가 있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A씨가 거짓 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고죄 무죄 판결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유천은 자신의 평판 하락이 A씨 인터뷰 때문이라며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지속된 보도는 고소인의 인터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불법적 행위에 따른 결과였다”며 “이를 확실히 깨닫고 인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공대위는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드러낸 유흥업소 종업원에 대한 편견을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번 재판에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이자 무고와 명예훼손 피의자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고 억측하며 편견에 치우친 신문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화장실 문을 열고 도망치지 못했느냐’ ‘2000만원 준다고 해서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은 여성을 향한 선입견에 의한 질문이다. 성폭력에 대한 낮은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으로 2차 피해를 양산한 검찰은 이번 판결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인권검찰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흥업소 종업원과 유명 연예인 사이에 일어난 성폭력 주장은 쉽게 꽃뱀 서사에 휩싸인다. 이러한 통념 때문에 A씨는 자신의 말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소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공대위는 설명했다.

공대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본인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 이상 피해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성폭력 통념에 맞서 정당한 싸움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재판 당일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주변사람들이 (무고죄로 몰리는) 나를 보며 성폭행 당해도 절대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공대위는 “이번 재판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었다”며 “박유천 성폭력 사건 고소인의 싸움에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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