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인사에 없던 세 가지

탕평은 사라지고 보은 인사?

인사 기준 없고, 여성 30% 못 지켜

 

신설 중소기업벤처부에 여성 장관을

문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인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인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정부 1기 고위급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50여일이 지난 시점이라 늦은 감이 있다.

문 대통령의 첫 인사는 파격으로 시작해 친문·코드 인사로 끝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비서울대 비외무고시 출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외교부 70년 만에 첫 여성 장관이 탄생했다.

강 장관은 첫 인사를 통해 오영주 주유엔 차석대사를 비롯해 여성 보좌관 3명을 임명했다. 외교부에 진정한 여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인사는 청와대 인사 수석으로 여성(조현옥)을 발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소신 수사로 박근혜 정권의 미움을 받아 연거푸 좌천됐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시켜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에 임명했다. 그는 과거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와 “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남자”로 지목해 사직했던 노태강 전 국장을 문화체육부 차관으로, 남자의 성역으로 간주됐던 국가보훈처장에는 여성인 피우진 전 중령을 발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재인 대통령 인사에는 세 가지가 없었다. 우선, 탕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17명 장관 인사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15명이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여당 의원 또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관련 있는 인물이다. 국정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다른 장관급으로 확대하면 비율은 더 많다.

이렇다보니 내각 인사에 감동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에 30% 정도(5명)가 교수 출신으로 채워졌다. 2003년 참여정부 초기 내각 때 20% 정도였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일부에서는 교수 출신들은 “현실과 실무를 모르면서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더구나 국무총리, 교육부 장관, 법무부 장관, 검찰 총장 등 특정 고등학교(광주일고) 출신이 너무 많다.

시민단체 출신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권력을 감시해야할 비정부(Non Governmen) 기구인 시민단체가 친정부(Near Government)로 전락해 권력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다보니, 야당에서 탕평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보은 인사로 채웠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둘째, 인사 기준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 5대 공직 배제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문제가 있는 장관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과거 관행이었다”는 민망한 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이렇다보니 야당에서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마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셋째, ‘여성 내각 30%’가 없었다. 전체 17개 부처 중 현재까지 임명 또는 내정된 여성 장관과 후보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23.5%다. 대통령이 공약한 30%를 달성하려면 최소 5명의 여성 장관이 임명돼야 했다. 사실상 한 명이 부족해 공약 달성을 이루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될 경우 신설되는 중소기업벤처부에 여성 장관 후보자를 내정해도 비율로 따지면 27.8%에 그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여성 30%의 취지와 정신은 ‘모범 답안’처럼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갖춰나가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지극히 잘못된 발상이다. 다른 약속은 몰라도 ‘여성 내각 30%’ 구성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져야 한다. 지금은 2017년이고, 성평등 국가가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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