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김상곤 후보” vs “1등급 전문가”

야당의 ‘사상 검증’ “안보관 의구심”

 

정현백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 사안…

화해치유재단 해체 가능성도 염두

 

탁현민 부적절한 성의식 거센 비판

“문 대통령에 해임 결단 촉구할 것”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 후보자는 ‘여자 김상곤’ 후보다.”(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1등급 후보다. 정 후보만큼 젠더 이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준비된 후보가 어디 있느냐.”(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현백(64)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집중적 이념 공세에 여당 의원들이 정 후보를 엄호하는 분위기에서 종일 진행됐다.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출신의 정 후보자는 그동안 참여연대 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진보적 색채를 뚜렷이 보여 왔다. 자유한국당은 정 후보자에 대해 천안함 폭침 시 정부조사결과 의문 제기 등을 빌미로 ‘지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국무위원을 맡을만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지니지 못했다며 때 아닌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여가부 장관 적임자라고 호평하며 야당 공세를 막아냈다.

“정현백 청문회냐, 탁현민 청문회냐”

여야 공방 속에 오후 6시 3차 질의를 마친 후 7시10분 청문회가 다시 속개됐으며, 오후 8시15분 현재 야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현백 청문회냐, 탁현민 청문회냐”는 말이 나올 만큼 이날 청문회는 부적절한 성의식과 여성 비하로 사퇴 요구를 받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문제가 핫이슈였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정 후보자에게 장관직을 걸고 탁 행정관 해임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탁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에 ‘부적절’ 의견을 전달했다가 여성 의원들이 ‘문자 폭탄’을 받은 후유증 때문인지 침묵으로 일관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탁 행정관의 저서 『상상력에 권력을』이란 책을 직접 들고 나와 보여주며 “책에서 탁 행정관은 유흥업소의 성매매 방법과 코스를 소개하고, 불법 성매매를 극찬했다”며 “불법 성매매를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극찬한 왜곡된 성의식은 병적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탁 행정관의 발언은 여성을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성적 도구로 여기는 그릇된 성의식, 불법 행위인 성매매와 성매매 업소에 대한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탁 행정관을 해임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의향이 있나”(윤종필 한국당 의원) “그것 하나 못 막으면 ‘여가부 장관을 안 하겠다’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임이자 한국당 의원)는 공세가 이어지자 정 후보자는 “탁 행정관은 해임하는 게 맞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탁 행정관 해임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과 화해치유재단 해체와 관련해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 사안”이라며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주요 사업으로 화해치유재단의 활동 전반을 점검하고, 재단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할지 순차적으로 과정을 밟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재단 해체를 염두에 두느냐는 김삼화 의원 질의에는 “외교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필요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에 대해선 “제가 역사 전공자여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슈이기 때문에 등재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위안부 동원 강제성 인정 안하면 합의 어려워”

정 후보자는 특히 “위안부 문제는 국제 이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우스운 국가로 간주될 수 있다”며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일본과 사실상 합의하기 어렵다. 강제동원하지 않았다는 데에 일본이 얼마나 탄력적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색깔론 공세를 펼쳐 비판을 받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북한의 소행임을 부인하는 활동을 하는 등 안보관이 의심되므로 국무위원으로 부적당하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당시 밝힌 의견과 장관 후보자로서의 입장이 오락가락한다고 공격했다. 또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김순례 의원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주택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동생 명의라 자료를 내지 않았다. 이는 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돼 있다”며 “의혹을 해소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 이러면 인사 참사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강공을 펼쳤다. 또 김명연 의원은 정 후보자가 소유한 오피스텔에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15년간 장기 임차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시민의신문 이사장의 성희롱을 묵인한 의혹이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잇단 공세에 정 후보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외교부와 함께 지혜를 모아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안정 지원과 함께 역사적 자료의 수집·조사·연구 등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여가부가 여성, 청소년, 가족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왔다면 이제는 성평등 정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질적으로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해법으로 “경제·고용·복지 등 모든 국정과제와 정책이 성평등 관점에서 설계·추진되도록 하겠다”며 “여성의 일할 권리를 저임금, 경제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겠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일·가족·생활 균형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어 “온라인을 매개로 한 성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스토킹, 여성혐오범죄 등 새롭게 드러나는 형태의 범죄와 장애인, 이주여성 등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까지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성폭력예방교육을 내실화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도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정현백 후보자가 남인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정현백 후보자가 남인순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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