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위헌소송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변호사를 위시한 법률 전문가 가운데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 내용도 없지 않습니까, 호주제야 있으나 마나한 형식적인 것인데 굳이 폐지 운운할 것까지야 …”하는 경우를 종종 듣고 본다.

실제 호주제의 경우 승계순위만 남아 있을 뿐 호주의 권리도 모두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호주제가 존치함으로써 우리 민법은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해진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옹호한다는 허울뿐인 명목 아래 실제 가족 생활을 보호하지 못하고 불화와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의 오랜 관습과 편견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뿌리 깊이 일상화된 억압은 그것을 미처 억압이라 깨닫게 하지도 못하고 실제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관습적인 억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호주제와 관련한 성과 본의 문제에 따른 관습은 당사자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요인이 된다.

“왜 너는 아빠하고 성이 다르니?”

“왜 아빠하고 아이들하고 성이 다르지요?”

심지어 성은 같지만 본이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여 자녀 둘을 포함 네 식구가 모두 성이 같은 경우에도 병원에 가서 의료보험증을 내밀면 한 번 더 쳐다본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우리 사회 전체에 뿌리 깊이 박힌 ‘자녀는 아빠와 성이 같아야 한다’는 관습은 얼마나 억압적일 것인가.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한 민법 제781조는 우리의 이런 관습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러한 일상의 억압을 확대 재생산한다.

그리하여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현재 아버지와 성이 다른 자녀들 그리고 그 사실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자녀들을 지켜보아야 하는 부모들을 괴로움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왜 반드시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만 하는가?

현재 우리 나라는 UN 여성차별 철폐협약 제16조의 혼인과 가족관계 조항 중 가족성 및 직업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하여 부부로서의 동일한 권리에 관한 조항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성을 자녀에게 줄 수 없을 만큼 부모로서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제의 가족보다 명분상의 부계혈통에 연연하여 수많은 재혼가정의 행복을 유보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불합리의 배후에 호주제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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