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헤어진 전 여친에 보복

나체나 성관계 장면 담은 촬영물

인터넷에 유포 ‘리벤지 포르노’

여성들 극심한 고통 ‘젠더폭력’

6년새 신고는 6배 늘었는데

기소율 절반으로 뚝 떨어져

 

카메라이용촬영, 이른바 몰래카메라는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으로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여성대상 범죄다. 명백한 젠더폭력인 ‘몰카’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이 큰데도 사회 전반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1∼2016년 6년간 상담 통계를 집계한 결과 디지털 성폭력 관련 상담은 2011년 5.5%에서 2016년 6.9%로 늘어났다. 디지털 성폭력이란 보통 온라인이나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발생하는 성폭력을 가리킨다. 몰카나 통신매체를 이용한 범죄가 대표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는 2010년에 비해 지난해 신고 건수가 6배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경찰백서’를 보면, 사이버 음란물에 해당하는 불법콘텐츠 관련 신고는 4244건이고, 검거된 건만 3474건이다. 사이버 상으로 유포되는 추가 범죄는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검거율이 높아도 기소율은 턱없이 낮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적발 건수는 최근 2년새 3배 가까이 늘었지만 해마다 기소율은 낮아져 2013년 53.6%, 2014년 43.7%, 2015년 31.2%로 3년간 기소율이 2010년(72.6%)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몰카는 여자 피해자, 남자 가해자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젠더폭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15~2016년 상담 중 몰카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114건으로 피해자 대다수(93.9%)가 여성이다. 가해자는 대다수가 남성(92.1%)이며 이 중 성인 남성이77.2%(88 /114건)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는 71%(81건)에 해당했다.

특히 성인 피해자의 경우 현재 또는 전 데이트 상대로부터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40%(40건)로 가장 높았다. 동의 없는 촬영은 물론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촬영했더라도 연애가 끝난 후 헤어진 상대 허락 없이 오로지 상대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나체나 성관계 장면 촬영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등이 이 같은 상담에 속했다.

10대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겪는 피해가 35.7%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교를 통해 알게 된 가해자도 21.4%나 됐다.

몰카 범죄 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는 경우 피해자는 실제 영상물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겪게 된다.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들은 다양한 형태의 중복 피해를 겪고 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강간과 추행을 한 후 그 장면을 녹화해 유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주거 침입과 함께 이뤄지는 몰카도 있다. 헤어지기 전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물을 지니고 있던 예전 데이트 상대가 피해자를 찾아와 가족 앞에서 추가 유포를 하거나 관계 유지를 요구하고 고시원 등 여성이 살고 있는 집에 몰래 들어가 여성의 속옷을 촬영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법적 조치다. 김 연구원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여성의 혐오감과 모욕감을 불러일으켰는데도 ‘타인의 신체부위’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행법상 성폭력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성폭력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 없는 촬영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14조는 ‘타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경우와 ‘신체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판례는 ‘타인의 신체’라도 전신이나 얼굴은 ‘여성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시하고 있다. 예컨대 여성이 착용했던 속옷을 몰래 촬영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지만 속옷은 ‘신체부위’에 해당하지 않아 성범죄로 기소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몰카를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 몰카로 촬영하는 등 중복 피해는 다양해지고 피해 수위도 높은 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의 30%가 중복 피해를 경험했다.

김 연구원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데도 여전히 대책은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스로 촬영하여 전송’한 경우, ‘입었던 속옷을 촬영’한 경우 성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한 뒤 주거 침입을 해서 여성이 입었던 속옷을 뒤져 촬영하고,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촬영물과 함께 유포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도 성폭력이 성립하지 않는다. 주거 침입만 인정될 뿐이다. 특히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의 화장실은 성폭력처벌법 12조에서 규정한 공중 화장실에 해당되지 않는다. 여자 화장실을 훔쳐보는 행위도 성폭력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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