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남 통영의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세 딸을 둔 엄마는 티켓다방에서 일하다 성매수 남자로 위장한 경찰에 적발되자 모텔 6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지난해 9월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한 1심판결에서 국가 책임이 일부 인정됐으나 국가는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유가족은 기나긴 소송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4월 국가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으나 또 다시 국가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고 지난달 29일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단속 관행을 멈추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연대는 “통영 사건은 경찰의 무리한 성매매 단속과 함정수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전국연대는 유가족과 함께 국가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해 여성들을 외부로 불러내서 거래하고,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단속반임을 알리는 함정단속을 진행했다”며 “극도의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낀 여성을 극단으로 몰아간 함정단속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함정단속과 수사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에 의존해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면서 함정수사와 함정단속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그 가족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전국연대는 함정단속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는 승복할 수 없지만 유가족의 고통을 배려해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집행과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관련자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경찰은 어떠한 책임도 없다”면서 항소를 제기해 또다시 유가족을 긴 소송의 과정으로 끌고 갔고 지난 4월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더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경찰청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지킬 것과 성매매 단속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성경찰관을 대동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각 재판부는 공통으로 성매매 단속 방식과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성매매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또 다시 국가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6월말 이를 기각하면서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었다.

정미례 전국연대 대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려준 사법부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나 함정단속, 함정수사 방식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경찰은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한 단속방식을 당장 바꿔야 한다”며 “성매매 문제의 핵심은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는 성착취 구조와 시스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알선 조직과 수요자 문제”라고 짚었다.

정 대표는 특히 “성매매를 여전히 풍속영업 단속이나 생활질서 업무로 편재한 경찰은 성매매의 거대한 알선 조직이 아닌 가장 취약한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결국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함께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음을 이 사건은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복된 인권 침해의 역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단속과 수사의 전문성을 가진 성매매전담수사체계를 제대로 꾸리고 여성을 범죄자로 단정한 단속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매매 단속 시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우선하는 인권지침 마련과 알선조직과 업체, 구매자를 단속해 수요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불행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