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내면의 노래를 불러라

이오카스테의 인간적 고통그려

엘렌 식수의 내면 묘사 뛰어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오이티푸스.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가 결국 어머니임을 확인하게 된 이 ‘가련한 남성’은 신화와 예술 작품 속에 등장하며 동정과 이해를 받아왔다. 프랑스의 페미니즘 저술가 엘렌 식수는 바로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왜 오이티푸스라는 남성의 입장만 고려하느냐”고. 어떤 예술 작품이나 정신분석학도 오이티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가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이나 인간적인 불안에 주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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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듬감 있는 대사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는 13일부터 6일간 공연될 엘렌 식수의 <오이티푸스의 이름>(장윤경 연출, 극단 씨어터 21,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은 오이티푸스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가 여성으로서 겪는 개인적이고 본능적인 고통, 엄청난 파국 뒤에 찾아오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 연극은 이오카스테 왕비의 여성적 자아에 외부적 사건들이 연결된다. 리얼리즘 스타일의 오이티푸스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 왕비 이오카스테의 내면심리를 따라가는 것.

엘렌 식수의 <오이티푸스의 이름>은 소포클레스의 오이티푸스와는 달리 이름을 부르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신탁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과 인물들이 크게 축소된 반면 이오카스테와 오이티푸스의 사랑, 또 이오카스테가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이 도드라진다. 이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대 위에 두 명의 주인공이 선다.

현실적 자아의 오이티푸스와 이오카스테 그리고 무의식과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는 오이티푸스와 이오카스테이다.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장윤경 씨는 “언어로 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은 무의식 아래 감춰진 내면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엘렌 식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언어들의 열기가 좋아서 <오이티푸스의 이름>을 공연 작품으로 선택했다는 연출가 장씨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감정을 엘렌 식수만큼 표현해내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엘렌 식수는 눈의 감각, 호흡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 여기에 무의식의 자아에서 끊임없이 내뿜는 대사들로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여성 무대감독 1호로 출발해 서울시립오페라단을 15년째 이끌어온 장씨는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춘향전> 일본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 당시 일본 언론의 갈채를 받기도 했었다.

이번 작품인 <오이티푸스의 이름>은 엘렌 식수가 1978년 그녀의 <금지된 육체의 노래>에서 발췌한 것으로 그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발에서 오페라로 초연된 것.

엘렌 식수는 여성성과 여성의 문제에 천착해 남성과 다른 ‘차이의 문화’를 역설해온 페미니스트로 현재 파리 8대학 교수로 있다. 그는 ‘말 중심주의’로 표현되는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논리성을 남근 중심주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여성성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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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카스테 역을 맡은 김수기씨.

운명의 굴레를 지고 사회적 의무와 특히 여성에게 둘러씌워진 이중적 억압과 소외를 표현할 이오카스테 1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있는 김수기 씨가 맡았고, 강렬한 에너지와 밀도있는 역을 잘 표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극계 간판스타 주진모가 오이티푸스 1 역을 맡았다.

(02)7665-210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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