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신임 당대표에 3선의 이혜훈 의원이 선출되면서 ‘여성 당수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추미애), 정의당 대표(심상정) 등 원내 5당 중 3당 대표를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 중용 인선에 발맞춰 국회도 여성 지도자에 당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심 대표의 후임을 뽑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도 여성 정치인인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가 출마했다.
이 신임 당대표는 27일 신임 인사차 추미애 대표, 심상정 대표를 만나 포옹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야 3당 간판을 여성이 독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에 뽑혔다.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정희였다. 5년 만에 다시 여성 당수들로 짜인 정계를 보면서 이제 모성정치 시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까마득하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유엔 권고 수준인 30%에 턱없이 모자란다. 국제의원연맹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3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북유럽 중앙정치와 비교하면 후진적 정치 현실에 멀미가 날 정도다. 북유럽 5개국 여성의원 비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한국정치는 여전히 남성중심의 패거리 정치다. 남성중심적 사고로는 저출산, 인구절벽 등 우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친화적 법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권자 절반인 여성의 정치 진출은 꼭 필요하다. 그 임계점이 30%다.
10%대 후반 지지율에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했다가 지지율 꼴찌로 추락한 바른정당에서 여성 당대표가 선출된 것도 주목된다. 여성정치가 대안정치임을 보여준 증표라는 것이다. 여성 당대표는 정당이 문제에 봉착해 변화가 요구되거나 한 단계 도약할 시점에 배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비상 시국의 대타가 주로 여성이었다. “여성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정치”(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라는 인식이 당원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추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부당한 뒷거래하지 않고 막장 싸움하지 않는 품격 있는 정치, 우리 여성 정치인들이 열겠다”고 말했다. 여성정치가 마초 남성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대안정치로 확실히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