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심 후보가 손으로 기호 5번을 나타내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심 후보가 손으로 기호 5번을 나타내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른정당 신임 당대표에 3선의 이혜훈 의원이 선출되면서 ‘여성 당수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추미애), 정의당 대표(심상정) 등 원내 5당 중 3당 대표를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 중용 인선에 발맞춰 국회도 여성 지도자에 당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심 대표의 후임을 뽑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도 여성 정치인인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가 출마했다.

이 신임 당대표는 27일 신임 인사차 추미애 대표, 심상정 대표를 만나 포옹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야 3당 간판을 여성이 독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에 뽑혔다.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정희였다. 5년 만에 다시 여성 당수들로 짜인 정계를 보면서 이제 모성정치 시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까마득하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유엔 권고 수준인 30%에 턱없이 모자란다. 국제의원연맹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3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북유럽 중앙정치와 비교하면 후진적 정치 현실에 멀미가 날 정도다. 북유럽 5개국 여성의원 비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오른쪽) 대표가 6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추미애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오른쪽) 대표가 6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추미애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정치는 여전히 남성중심의 패거리 정치다. 남성중심적 사고로는 저출산, 인구절벽 등 우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친화적 법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권자 절반인 여성의 정치 진출은 꼭 필요하다. 그 임계점이 30%다. 

10%대 후반 지지율에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했다가 지지율 꼴찌로 추락한 바른정당에서 여성 당대표가 선출된 것도 주목된다. 여성정치가 대안정치임을 보여준 증표라는 것이다. 여성 당대표는 정당이 문제에 봉착해 변화가 요구되거나 한 단계 도약할 시점에 배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비상 시국의 대타가 주로 여성이었다. “여성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정치”(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라는 인식이 당원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추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부당한 뒷거래하지 않고 막장 싸움하지 않는 품격 있는 정치, 우리 여성 정치인들이 열겠다”고 말했다. 여성정치가 마초 남성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대안정치로 확실히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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