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류여해·김정희·윤종필 여성 후보들을 초청해 27일 토론회를 열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류여해·김정희·윤종필 여성 후보들을 초청해 27일 토론회를 열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자유한국당 7·3전당대회 일주일 앞

최고위원 여성 후보 초청 토론회 열려

류여해·김정희·윤종필 후보 출마

지방선거 여성 공천 30% 못하면 사퇴

 

자유한국당의 젊은 피 류여해(43) 후보의 연설은 포효에 가까웠고, 1998년부터 선거에 뛰어들어 산전수전을 겪은 김정희(64) 후보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쏟아내며 울먹였다. 반면 군 장군 출신 국회의원인 윤종필(63) 후보는 거수경례를 하며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환호와 박수를 보내던 후보 지지자들 일부는 분위기가 과열되자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3명의 여성 후보들을 초청해 27일 토론회를 열었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행사에는 중앙여성위원회, 시·도여성위원장 및 시·도 여성당협위원장, 여성 광역의원·기초의원 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위원회 모임이 모처럼 개최된 데다 당의 위기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당권 경쟁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행사장의 열기는 뜨겁다 못해 용광로 같았다.

여성 후보들에게 여성 문제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날 관심사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 여성 30% 확보의 가능성 여부다. 또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고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임이자·신보라 의원과 당권에 도전하는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 원유철 후보의 부인 서세레나씨 등이 참석했다.

류여해·김정희·윤종필 후보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열성 당원들인 참석자들은 당이 위기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 여성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여성 최고위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류여해 후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격정적으로 연설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여성 최고위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류여해 후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격정적으로 연설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자유한국당 방송 ‘적반하장’의 진행자이자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류여해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법학자가 왜 정치판에 뛰어들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화가 나서 뛰어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학에는 무죄추정원칙, 불구속의 원칙이 있는데, 여자 대통령, 여자 장관이라고 생얼로 머리 풀어헤친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며 전후 모습을 비교한다. (사람들이) 깔깔대며 비웃었는데 화가 났다. 여자를 여자가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또 자신이 독일에서 받은 법학박사 학위가 허위라는 공격을 최근 받고 있는 것도 여성을 밟기 위해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정희 후보는 “평당원도 최고위원이 되는 것이 변화”라고 강조하면서 “묵묵하게 일한 평당원이 존중받는 당이 돼야하고 평당원이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의학박사인 김 후보는 1998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꾸준히 출마했으나 정계 진출은 번번이 좌절됐다.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여성 최고위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윤종필 후보가 장군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27일 개최한 여성 최고위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윤종필 후보가 장군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현역 의원인 윤종필 후보는 “32년간 군 생활을 했고 장군도 했다. 항상 아침에 눈뜨면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고 다짐한다. 지금 당이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며 출마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을 위해 여성들이 지금까지 묵묵하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지만 이젠 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윤 후보는 참석자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대신 군인의 거수경례를 하며 국방·안보전문가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지방선거 후보 여성 30% 공천 약속 이행에 대해 참석자들 간 격론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30%를 확보하지 못하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수 있는지 각자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류 후보는 “삭발하겠다. 목숨 걸고 하겠다. 여성이 왜 30%만 받아야 하나, 부끄럽다. 50%로 끌어올리자. 30%가 안되면 사퇴하겠다”고 답변하자 환호가 터졌다. 이어 김 후보도 “여성은 공천 받지 못하면 정치 진출하기 정말 힘들고, 무소속은 더 힘들다”면서 “30%가 안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사퇴는 거론하지 않은 대신 최대 40%까지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이 즉각 답변을 내놓지 않자 우격다짐 식의 질문이 거듭됐고, 일부 참석자들은 “너무 무리한 질문을 해서 답변을 강요해선 안된다”면서 말리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누구도 관철시키지 못했던 ‘지역구 여성 공천 30%’의 실행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윤종필 후보는 경선 평가 시스템화를 말했지만 기존의 평가 방식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류 후보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에 대해 “정치를 모른다”는 참석자들의 반응도 들렸다.

또 “중앙여성위원회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 가치가 미미하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류 후보는 “여성 방송국을 만들겠다. 시도당별 여성 당원들이 당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목소리가 중앙당에 올라올 수 있게 하겠다”고 제시했다.

반면 서울 강남병 당협위원회 장희숙 부대변인은 “저는 여성 문제에 관심 없다. 앞으로 자유한국당을 살릴 수 있고, 보수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기획한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 직무대행 정은숙 수석부위원장은 “당 내 여성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마련하고, 여성 최고위원이 선출되면 중앙당 사무처에 여성국이 폐지된 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춘자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문제에 소홀해선 안된다”면서 “그동안 관심갖지 못했던 여성들의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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