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페미니스트 정당,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 의 소피 워커 대표(가운데)와 지지자들.
영국 페미니스트 정당,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 의 소피 워커 대표(가운데)와 지지자들. ⓒWomen's Equality Party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페미니스트 정치’

④ 영국 첫 페미니스트 정당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정당,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 WEP)’은 지금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페미니스트 정당이다. 2015년 5월 창당한 WEP는 성평등 교육 강화, 남녀 임금격차 해소, 여성폭력 철폐 등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를 내세워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당 슬로건은 “평등은 모두를 위해 더 나으니까(Because equality is better for everyone)”.

처음 창당을 제안한 것은 전직 타임지 기자이자 작가인 캐서린 메이어였다. 2015년 3월, 그는 런던에서 열린 한 여성 정치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여성들이) 성평등 이슈를 제안하고 해결할 방법은 결국 영국 총리 관저에 청원서를 전달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낙담했다. 메이어는 친구이자 유명 코미디언인 샌디 톡스빅과 함께 “성평등에 주력하는 정당”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WEP가 출범했다. 톡스빅의 말을 빌리면, “참을 만큼 참았고, 그래서 변화를 일으키기로 결심한 환상적인 여성과 남성들의 모임”이다. 7월 당원 투표 결과, 로이터 통신 기자 겸 에디터 출신인 소피 워커가 만장일치로 대표로 뽑혔다. 

 

WEP 주최 컨퍼런스 ⓒWomen's Equality Party
WEP 주최 컨퍼런스 ⓒWomen's Equality Party

2016년 5월 열린 영국 지방선거에서 WEP는 런던, 글래스고, 로디언, 사우스 웨일즈 센트럴에 출마해 총 35만 2322표를 얻었다. 워커 대표는 런던 시장에 출마해 득표율 5.2%(25만 1775표)라는 성과를 거뒀다. 출범한 지 약 1년밖에 안 된 소규모 정당WEP엔 “아주 특별한 첫 해였다.” 

지난해 11월, WEP는 전설적인 서프러제트(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고향인 맨체스터에서 당직자·지지자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첫 전당대회를 열었다. 지난 1월 전 세계 58개국에서 열린 여성 차별·혐오 반대 시위인 ‘세계여성행진’에도 참가했다. 행진 후 나흘간 당원 수가 1000명 이상 늘 만큼 호응을 얻었다. 창당 1년여 만에 글래스고, 리즈, 브라이턴, 셰필드, 에딘버러 등 영연방 내 61개 이상의 지부 조직을 갖췄다. 

WEP는 브렉시트가 남녀 임금격차와 출산·육아휴직 등 여성들에게 끼칠 영향,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여성 정책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주목받았다. 특히 브렉시트 국면에선 “그렇지 않아도 보수적인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성평등 정책마저 없앤다면, 영국 여성의 삶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현지 언론과 학계의 화제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8일 열린 영국 조기총선에 7명의 후보를 내보냈으나 원내 진입엔 실패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워커 대표는 보수당의 필립 데이비스 의원에게 1.9%차로 패했다. 데이비스 의원은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에 반대하고, “페미니스트 광신도(feminist zealots)”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WEP 후보들과 당직자들은 선거 기간 온라인상 모욕과 익명의 살해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로 영국 정치사상 가장 많은 수의 여성 의원(207명)이 선출됐지만,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후보와 정당이 설 자리는 아직 비좁다는 지적이 나왔다. 

 

WEP 당원들은 지난 1월 여성 차별·혐오에 반대하는 ‘세계여성행진’에도 참여했다. ⓒWomen's Equality Party
WEP 당원들은 지난 1월 여성 차별·혐오에 반대하는 ‘세계여성행진’에도 참여했다. ⓒWomen's Equality Party

패배를 딛고 다음 2020년 총선을 대비 중인 WEP의 웹사이트엔 이런 선언이 실렸다. “영국을 장악한 낡은 정치는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며, 따분하고, 여성들의 일상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함께 모여 패배감에 젖으려는 유혹을 떨쳐 버려야 한다. 절망을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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