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부는 ‘육아휴직제도’ 혁신 바람

CJ·SK·롯데·위메프·이랜드 등 제도 강화  

 

두 아이의 아빠 유판영씨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두 아이의 아빠 유판영씨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업가 육아휴직제도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는 다양한 혁신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존 육아휴직 기간을 더 늘려주거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CJ, SKT, 롯데, 위메프, 이랜드 등이 기존 육아휴직제도를 강화하거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새 제도를 선보였다.

지난 5월 CJ는 이재현 회장이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업그레이드된 일·가정 양립 제도다. 대표적으로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가 신설됐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CJ 임직원들은 한 달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 입학을 전후로 2주 동안은 유급으로 쉬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가가 2주 추가된다.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갑자기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개인별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시행된다. 남성들의 배우자 출산 휴가도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법적 기준인 유급 3일, 무급 2일로 총 5일이었지만 유급 14일로 늘어난다.

특히 여성 비율이 높은 유통업체가 기존 복지제도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여성 비율이 높은 고용 특성을 반영했다. 위메프 임직원들은 다음 달부터 육아 휴직 신청 시 통상임금의 60%를 휴직기간에 받을 수 있다. 현재는 통상임금의 40%만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또 위메프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최대 30일까지 확대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유급이며 법정휴가 3일을 포함한다. 이랜드그룹도 이달부터 배우자 출산 휴가를 현행 5일에서 유급 14일로 늘렸다.

10대 기업 육아휴직제도 현황은?

신세계 최대 3년, SK·롯데·삼성 2년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는 롯데와 SK가 육아휴직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는 올해 1월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롯데 전 계열사 남성 임직원이라면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해야 한다. 휴직 첫 달 통상 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휴직 첫 달 간 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1인당 80~25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또한 여직원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SK는 최근 ‘초등학교 입학자녀 돌봄 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직원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최장 90일간 무급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과 별개로 사용 가능하며 재직기간으로 인정받는다. 현재는 최대 육아휴직 2년이 가능하다. SK는 또 임신 초기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임신기 단축근무’를 전 임신기간으로 확대했다. 여성 직원들은 임신과 동시에 출산 전까지 하루 6시간만 근무하면 출산 준비가 가능하다.

신세계는 최장 3년을 아이를 돌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년과 별도로 임신을 인지한 시점부터 출산휴직과 희망 육아휴직 1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임신부 대상 2시간 단축근무제와 난임 여성 휴직제도 시행하고 있다. 삼성은 최대 2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한화, GS, LG, 두산,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은 법적 고지 수준인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단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간 육아휴직 격차 아직도 여전

정부 육아휴직급여 강화…기업문화 혁신 의지 ‘굳건’

 

기업 규모별 남성 육아휴직자 수와 증가율 ⓒ고용노동부
기업 규모별 남성 육아휴직자 수와 증가율 ⓒ고용노동부

현행법상 육아휴직제도는 1년으로 통상임금의 40%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의 월별지급액은 통상임금의 40%로 하한액 50만원, 상한액 100만원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육아휴직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도입률은 53%인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육아휴직 도입률은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현상은 육아휴직 지급금액에서도 드러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지급금액 총 6252억원 가운데 300인 이상 대기업 3300억원(52.8%), 300인 미만 중소기업 2952억원(47.2%)이 각각 지급됐다. 전체 근로자 1600만명 중 12%에 불과한 대기업 직원이 받는 육아휴직 총급여가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보다 많은 것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간 육아휴직 이용률 격차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벌어졌다. 올 1분기 기업규모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59.3%(1263명)로 가장 높았다.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68.4%에 이르렀다. 반면 △10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81명 △3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은 204명 △10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은 159명 △10인 미만 기업은 222명에 그쳤다. 올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2129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육아휴직급여 첫 3개월을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80%인 2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월 하한 50만원·상한 100만원에서 하한 70만원·상한 150만원까지 오른다. 정부는 상한액을 200만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배우자 출산휴가 시, 유급휴가를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육아휴직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일가정양립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16개월로 늘리고, 최소 3개월 이상의 의무기간을 둬 반드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태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과 가정 양립제도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중소기업에 맞는 육아휴직 장려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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