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22일, TV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발표

성역할 고정관념 조장하거나 여성을 출산도구로 표현

여성에게 성희롱 일삼고, 성적 대상화도 심각

 

5월 7일 MBC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예비 시어머니 성경자(정혜선)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 며느리 유지나(엄정화)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한다.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영상 캡처
5월 7일 MBC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예비 시어머니 성경자(정혜선)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 며느리 유지나(엄정화)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한다.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영상 캡처

#1. “대신 식구들 식사 부탁한다.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못하면 배워. 분만 뽀얗게 바르고 입술만 빨갛게 칠하고 있으면 되는 줄 아니. 누리고 싶은 게 있으면 할 바가 생기는 거야.”

#2. “OO가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

TV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을 출산도구로 표현하는 행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민무숙·이하 양평원)은 성평등 방송환경 조성을 위해 서울YWCA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TV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5월 1~7일까지 방영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1사, 케이블 1사의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 22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적 내용은 19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9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5월 7일 MBC에서 방영된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성경자(정혜선)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 며느리 유지나(엄정화)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한다. “대신 식구들 식사 부탁한다.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못하면 배워. 분만 뽀얗게 바르고 입술만 빨갛게 칠하고 있으면 되는 줄 아니. 누리고 싶은 게 있으면 할 바가 생기는 거야”라는 대사는 유지나의 외모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모니터단은 설명했다.

5월 2일 tvN에서 방영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는 과일을 깎으려는 강한결(이현우)에게 친구 지인호(장기용)가 “남자가 과일을 깎으면 당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 모르냐”라고 말한다. 양평원은 “가벼운 한 마디에도 ‘과일은 여성이 깎아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SBS 아침드라마 ‘아임 쏘리 강남구’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사돈을 만나 이혼을 종용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진은 며느리의 불임을 알게 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를 내는 모습.(4월 28일 방영자) ⓒSBS 아침드라마 ‘아임쏘리강남구’ 영상 캡처
SBS 아침드라마 ‘아임 쏘리 강남구’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사돈을 만나 이혼을 종용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진은 며느리의 불임을 알게 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를 내는 모습.(4월 28일 방영자) ⓒSBS 아침드라마 ‘아임쏘리강남구’ 영상 캡처

5월 1일 방영된 SBS 아침드라마 ‘아임 쏘리 강남구’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사돈을 만나 이혼을 종용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홍명숙은 사돈에게 “영화(나야)가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직접 나서서 이혼을 종용하는 것은 여성을 출산 수단으로 바라보는 성차별 사례라고 양평원은 비판했다.

여성에게 성희롱을 일삼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도 발견됐다.

 

5월 2일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 ‘훈장 오순남’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모인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5월 2일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 ‘훈장 오순남’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모인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5월 2일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 ‘훈장 오순남’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모인 술자리에서 진실게임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기승재(김형민)는 예비신부 황세희(한수연)를 조롱하기 위해 “나는 과거에 남자와 동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과거에 애를 낳은 적이 있다” 등의 질문을 한다. 모니터단은 드라마가 성희롱·언어폭력을 진실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5월 3일 방영된 KBS2 ‘추리의 여왕’에서는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 있는 피해 여성의 다리를 클로즈업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5월 3일 방영된 KBS2 ‘추리의 여왕’에서는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 있는 피해 여성의 다리를 클로즈업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5월 3일 방영된 KBS2 ‘추리의 여왕’에서는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 있는 피해 여성의 다리를 클로즈업한다. 드라마는 피해 여성의 옷차림을 짧은 반바지로 설정해 여성의 신체부위를 강조, 선정적인 장면을 담았다고 모니터단은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드라마 속 성비는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비율은 222명으로 46.8%였으며, 남성은 252명으로 53.2%였다. 반면 주연 역할 성비는 여성이 30명(55.6%)으로, 남성 24명(44.4%)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업군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주요 등장인물의 직업군은 대부분 여성이 평직원, 남성이 중간관리자와 대표로 묘사됐다. 전체 직업군 중 대표를 포함한 회사원은 39명(40.65%)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사원은 여성 9명, 남성 5명이고 중간관리자와 대표는 남성 19명, 여성 6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또 여성은 평사원 혹은 주부인 반면, 남성은 변호사·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갈등유발자·해결자 성비에서 갈등유발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갈등해결자는 주로 남성으로 그려졌다. 갈등해결자는 여성 9명(39.1%), 남성 14명(60.9%)으로 남성이 주로 갈등을 해결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양평원은 5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과 극적인 전개를 위해 극단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드라마 연출을 지양하고 대안적 성역할을 제시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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