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첫 대법관에 박정화·조재연 임명 제청

임명 시 박정화 부장판사, ‘5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조재연 변호사(왼쪽)와 박정화 부장판사
조재연 변호사(왼쪽)와 박정화 부장판사

차기 대법관으로 현직 변호사와 여성 법관이 임명 제청되면서 전형적인 대법관 유형으로 지적받았던 ‘서울대·남성·판사’ 공식에도 금이 가고 있다. 서열 중심의 획일적인 법관 구성의 틀을 벗어나 다양성과 균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16일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로 박정화(52)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재연(61)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 김선수(56)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정화 후보자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해 대전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광주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0년 여성 법관 중 최초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돼 쌍용차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은행이 채용한 기간제근로자들에게 정규직원보다 적은 통근비와 중식대를 지급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 남편이 숨지면 시동생과 재혼하도록 한 케냐의 ‘아내 상속’ 관습에 저항해 도망친 케냐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등 젠더 관점이 담긴 판결로 주목받았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김영란·전수안 전 대법관, 박보영·김소영 현 대법관에 이은 5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현재 2명인 여성 대법관도 3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박 후보자에 대해 “법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사건을 파악해 소송관계인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며 “소통과 경청에 관한 한 남다른 열린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여성 법관 중 최초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여성 법관의 위상을 높여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법조계의 유리천장을 타파함과 아울러 사법부의 의사결정에 여성의 시각을 담아내는 판결을 함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취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박 후보자 함께 임명 제청된 조재연 후보자는 강원 동해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중 성균관대 야간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근무하다 1993년 변호사로 개업해 24년간 활동했다. 그는 법관 재직 중이던 1985년 이른바 ‘민중달력’을 제작·배포한 피의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되자 표현의 자유 보호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본사와 대리점의 ‘갑질’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을 이끌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 동의를 얻어 이들을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을 임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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