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방안 토론회’

성평등위원회 형태, 역할, 기능은?

총리실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실패 분석부터

여성가족부와 윈윈이 전제조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서 논의 안 돼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방안 토론회’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권미혁, 정춘숙 의원 주최로 개최됐다. ⓒ정춘숙 의원실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방안 토론회’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권미혁, 정춘숙 의원 주최로 개최됐다. ⓒ정춘숙 의원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가 새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여성가족부 위상 강화와 함께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것이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한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방안 토론회’에서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성평등위원회는 쟁점 사안이 아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선 공약 당시 조직의 얼개나 로드맵 없이 명칭만 제시되면서 실효성이 우려됐던 성평등위원회가 정부 출범 한달이 넘도록 첫발도 떼지 못한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일부 여성 의원들과 관계자 및 여성단체 간 여러 차례 비공개 간담회로 논의해왔지만 새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주류화 추진체계는 일반적인 정책 추진체계와는 달리 범부처의 정책 밑바탕에서 작동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반영한 추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주류화 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다.

성평등위원회의 추진 시기에는 이견이 엇갈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을 설계하는 지금 단계에서 요구를 해야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과,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성평등추진체계의 정교한 설계 없이 서둘러선 안된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정춘숙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 지금 빨리 (안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도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성차별 시정정책과 아동정책의 이관이 여가부의 역할 강화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하더라도 과거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여성가족부 역할 강화가 완료된 이후에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평등위원회의 경우 자문위원회와 행정위원회 중 어느 형태가 적절한지 논의가 이뤄졌다.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발제를 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위원회의 형태로 심의·평가·조정 기능의 자문위원회를 제시하고 중앙성별영향분석위원회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고, 성주류화 종합 계획,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젠더모니터링·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조사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평위원회-여성가족부 윈윈 가능해야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방향을 설정하려면 유명무실해진 국무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구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왜 실패를 했는지 분석과 진단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성평등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 자문기구였지만 성평등정책의 범부처적인 종합, 조정, 권고의 권한을 사실상 갖지 못했다는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원 국회 입법조사처 안전행정팀 입법조사관은 자문위원회 형태인 양성평등위원회가 직속 사무국도 없이 지난해 940만원 예산으로 본회의 3회, 분과회의 7회를 했다면서 이같은 상황으로는 성 주류화 정책이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에 참석자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문위원회가 아닌 행정위원회 형태는 여성가족부가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성평등위원회도 설치하는 상황을 고려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문위원회 형태로 설치하되 사무국 역할을 할 차관급 성평등정책본부(가칭)를 신설해 여성가족부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양성평등기본법과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박 조사관은 설명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프랑스의 경우 ‘여성권리도시아동체육부 장관’에서 ‘여남평등담당 차관’으로 수상실 소관 부처가 되면서 상징적인 힘은 잃을 수 있으나 효과성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여성가족부가 위상 강화와 규모의 확장을 위해 다른 부처 사업을 가져오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의 기능 강화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세 가지 성차별 문제로 고용, 노동과 관련한 문제, 1인 여성 독립가구 증가와 고용·안전 문제, 아동·청소년 업무의 연계를 정책영역으로 제시했다.

박영원 조사관도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수행하기엔 하부구조가 부실하다”면서 “여가부가 힘을 키우고 살을 찌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의 사업을 가져오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성평등 추진 과정에서 여성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젠더 거버넌스의 실질화와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여성단체의 활동·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일자리, 4차산업, 저출산해소를 3대 우선과제로 설정해 진행하면서 저출산과 관계가 없지 않은 성평등위원회가 더 밀려났다. 위원회의 사회분과가 담당해야 하지만 책임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성계가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서 제시를 해야 검토하겠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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