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행정사, 교장 이사간 집에 ‘출장 청소’ “서러움에 눈물 왈칵”
교무행정사, 교장 이사간 집에 ‘출장 청소’ “서러움에 눈물 왈칵”
  • 박길자 기자
  • 승인 2017.06.20 12:22
  • 수정 2017-06-2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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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중 교육공무직

전국 초중고 1만곳, 14만명

10명 중 9명이 여성 노동자

 

손님 접대에 허드렛일 담당

“관리자 개인일에 왜 동원하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라고 발언한 것을 비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라고 발언한 것을 비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남 여수시 A학교 교무행정사인 김유선(가명)씨는 얼마 전 방학 중에 이사를 가는 교장으로부터 새집 청소를 부탁받고 어쩔 수 없이 그 집에 가야 했다. 김씨는 “교장샘이 출장 처리를 하라더라”며 “막상 갔더니 집이 생각보다 더러웠다. 온갖 집안청소에 화장실 청소까지 하라고 해서 서러움에 눈물날 뻔했다”고 말했다.

B초교 급식실에서 17년째 조리원으로 일하는 김선주(가명)씨는 “여름이 되면 급식실 체감 온도가 60~70도다. 3시간 안에 2000명 아이들의 밥을 해야 하는 급식실 노동 강도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라며 “꼼짝 않고 서너시간 튀김을 하거나 전을 부치니 구토 끝에 쓰러졌다. 국솥이나 튀김솥 위로 올라가 후드 청소를 하다 허리를 다쳤지만 대신 일해줄 사람을 못 찾아 복대를 차고 출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비정규직 중 교육공무직은 전국 초중고 1만여 곳, 14만명에 달한다. 이 중 12만명이 무기계약직이다. 여성이 전체의 93.7%(13만2258명)다. 이들은 급식실, 교무실, 과학실, 도서실, 상담실, 운동장 등 학교 곳곳에서 교사, 교직원과 함께 일한다. 직종만도 50여 가지나 된다.

교무실무사 또는 교무행정사는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학교비정규직이다. 교무행정이나 교사들의 교육활동 지원 업무를 맡는다. 그런데 주 업무 외에 전화 받기부터 차 심부름이나 찻잔 설거지, 과일·떡 심부름, 수업자료 복사, 청소까지 허드렛일을 한다.

업무 영역도 광범위하다. 교감이 해야 할 교원 인사나 복무 업무부터 교사의 수업 시간을 짜주고 변경해주는 수업계, 학부모회 행사 결산까지 “이런 일 하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온갖 일을 맡고 있다. 업무가 복잡해 노동시간이 과하다보니 개교기념일, 재량휴업일 출근도 강요받는다.

관리자들의 개인일에 동원되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 성북구의 C초교 박진영(가명)씨는 “해마다 주무관들이 교내 매실나무에서 매실을 따는데 우리에겐 매실주 또는 매실청을 담그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교장 딸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 라벨지를 만들거나 결혼한 행정차장의 답례 음식을 교실마다 배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손님 접대는 기본이고 심지어 교사들의 티타임 겸 회의 시간에 다과상을 차리고 설거지도 한다. 서울 강동구 C학교 진소정(가명)씨는 “업무분장표에 10여년째 버젓이 손님 접대란 업무가 교무실무사에게 있다”며 “매달 하는 학교운영위, 교육청 장학사 방문 등 내빈 접대 때 개인쟁반에 과일 3종류와 쿠키나 빵, 차를 담아내는 것도 교무실무사의 몫”이라고 전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회원들이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 인원수 대비 조리실무자 배치 기준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회원들이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 인원수 대비 조리실무자 배치 기준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불합리한 업무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니 노동권 보장은 쉽지 않다. 재량휴업일에 근무를 강요하면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아! 이거해줘”, “○양아!” 등 반말과 여성비하적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교비정규직은 대부분 방학 때 근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1년이 아니라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한다. 10년 동안 임금 인상은 두 차례, 나머지 8년은 임금이 동결됐다. 스포츠강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시작됐지만 박근혜 정부부터 뒷전으로 밀렸다. 한때 3800명이었던 인원은 이제 1952명 남았다. 정식 명칭과 달리 체육전담교사, 체육교구·시설 관리사, 이삿짐센터 직원, 주차관리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교육청의 예산 부족으로 채용 인원이 줄어 학교를 떠나기도 하고, 교장 눈 밖에 나서 재계약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강원도 쌍룡초교 스포츠강사 엄상욱씨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중에는 체육사범대를 나와 중등교원자격증을 취득하신 선생님들도 상당수다. 실업팀이나 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한 이들도 많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당당히 대우를 받고 싶었지만 수치심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방종옥 정책국장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급식비·명절휴가비·상여금 등은 40% 수준”이라며 “임금 차별의 핵심은 호봉제다. 지금이라도 근속수당을 1년에 5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또 급식비 수당, 명절상여금, 정기상여금, 맞춤형 복지포인트 차별도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방 국장은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일 뿐”이라며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무기계약직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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