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범죄다
가정폭력은 범죄다
  •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7.06.23 20:42
  • 수정 2017-06-2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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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정폭력특례법 제정 20년

피해자 인권 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에 중점 둬서 개정해야

피해자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경기도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회원들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관, 경기도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8일 경기 수원역 광장에서 ‘여성혐오·여성폭력·가정폭력 아웃’ 보라데이 캠페인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기도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회원들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관, 경기도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8일 경기 수원역 광장에서 ‘여성혐오·여성폭력·가정폭력 아웃’ 보라데이 캠페인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가정폭력 민원 961건을 보면, 가해자 중 부모가 64%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남편, 아내의 순이었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는 3년 전에 비해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응답률이 2013년보다 다소 늘었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66.6%는 폭력을 당할 때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집안 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와 ‘자녀들을 생각해서’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신고나 주위에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올해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법 제정 후 개인일로만 여겨졌던 가정폭력을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범죄로 인식하게 됐고, 정부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매달 8일 시행되는 ‘보라데이’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월례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가정폭력 범죄를 단기간에 근절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예방과 처벌 의지, 사회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해 가정폭력 재발을 방지하고 가족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 20여년 전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가족 해체의 방지와 가정 보호에 더 목적을 뒀고, 그후 피해자와 가정구성원의 인권보호를 목적에 추가했으나 실제 가정폭력 사건처리 과정에서 가정보호가 우선시돼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가정폭력처벌법 1조 목적조항을 건강한 가정 보호에서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가해자의 처벌 강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에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파악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발굴된 가정폭력 피해자 사례를 지속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경험한 심신의 상처와 고통에 대한 직접적인 치유와 회복 뿐 아니라 재발 방지와 실질적인 자립 지원을 위해 사례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조성사업이나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한 방안이다.

끝으로 가정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교육의 확대와 강화가 필요하다. 가정폭력 문제에 접근할 때,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학교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캠페인을 통한 국민 인식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또 경찰 민원포털과 112를 통한 신고는 물론, 여성긴급전화 1366, 이주여성을 위한 다누리콜센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위한 기관 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을 사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일이라고 방치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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