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공약 실현

주변 먼저 페미니스트로 채워라

 

여성운동 리더, 정책 전문가들이

새 정부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때인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때인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276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성평등위원회 설치.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함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병합형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구축, ‘성주류화’ 추진 실효성 제공.”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비서진 기용 인사의 여성비하 과거와 이를 비호하는 남성연대의 움직임이 공고함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 대통령 시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통한 성주류화 정책의 추진 공약이다. 그러다 보니 의문도 생긴다. 도대체 여가부와 성평등위원회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 준비는 했는가? 정책의 성주류화에 대한 개념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여성운동을 배경으로 이제 막 소임을 시작하게 될 여가부 장·차관에게 드는 의문이 아니다. 대통령 주변에서 여성정책을 조언하고 만들어낸 자문그룹에 대해 갖는 의문은 더더욱 아니다. 모두 성평등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운동가이자 여성운동 이념을 정책으로 실천하는 능력을 누구보다 뛰어나게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 여성운동 리더와 성평등정책 전문가가 진정 대한민국 정부정책이 성을 중심으로 결정·실천될 수 있을 정도로 문재인 정권 내에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다른 역대 정권 출범기에는 이런 의문 내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양)성평등을 언급하긴 했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성차별을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놀라운 선언을 했다. 이렇게 크게 한마디 했으니 몇몇 연설에서 성차별 문제 언급하지 않은 것을 갖고서 문제 삼지 말라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리 탈권위적이라 하더라도 국가 구조상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따라서 대통령이 페미니스트로 앞장서 간다면 빠른 시간 안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기대가 크다 보니 순간순간 접하는 소식에 실망도 크다. 그리고 앞으로는 과연 약속을 지킬까 하는 실망도 커진다. 그래도 아직 시작하는 중이니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말자는 희망을 여전히 갖는다.

현재와 같은 소규모 인력과 조직을 갖고서 여가부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줄까? 성평등 관점을 토대로 여성과 가족 대상 사회서비스 제공을 하는 여가부 기능을 강화한다고 했다. 그런데 가족 구성원으로 영·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여가부는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여가부는 사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 실천을 주관하는 부서로 이해한다면, 성평등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여가부는 여성·가족 대상 작은 규모(?)의 성평등 관점을 확립하고 성평등위원회는 정부정책 전반에 걸친 큰 규모(?)의 성평등 관점을 다루게 되나? 여가부 기능 강화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성평등위원회와 여가부 역할 분담에 대한 그림은 상상도 되질 않는다.

성평등 관점을 누구보다 가열차게 갖고 있는 장·차관을 여가부가 갖게 됐다. 그렇다면 부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기능 확대를 원점에서 논의하라. 대통령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약속했으면 그 주변도 페미니스트가 되든지, 페미니스트로 채우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약속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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